등록 : 2014.08.14 18:43
수정 : 2014.08.1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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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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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안에서 미국의 대외정책과 관련해 대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사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라는 점에서 이번 논쟁의 의미가 적지 않다.
클린턴은 최근 시사잡지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대외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는 것은 오바마가 이들을 초기에 제압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제안대로 시리아 온건파 반군의 무장화를 미국이 지원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을 두고서도 문제는 하마스라면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정당화했다.
클린턴은 더 나아가 현재의 정세를 냉전에 비유했다. 중동에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세력을 팽창해 유럽과 미국을 위협할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러시아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고 그는 판단했다. 이른바 이슬람 ‘지하디즘’과 러시아 ‘푸티니즘’이라는 적대적 이데올로기에 미국이 직면해 있다는 인식이다. 그는 냉전 시절 공산주의에 대한 봉쇄 전략이 성공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봉쇄, 억제, 그리고 무찌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원대한 전략’을 구상중이라고도 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네오콘(신보수주의) 정도는 아니지만 근육질 대외정책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에 비해 오바마는 대외정책에서 매우 신중하다. 그는 지난 5월 육군사관학교 연설에서 일방적 군사행동을 자제하고, 동맹·우방국들을 협조자로 최대한 이끌어내 국제질서를 이끌어 나간다는 이른바 ‘제한적 개입주의’, ‘다자적 개입주의’ 원칙을 밝혔다. 그는 시리아 온건 반군 지원에 대해서는 현실을 모르는 환상이라고 말했다.
오바마가 현상관리에 치중하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면 마지못해 수동적으로 끌려들어가는 형이라면, 클린턴은 군사력까지 포함해 미국의 힘을 사용해 국제질서를 주도해 나가려는 의지가 읽힌다. 한마디로 오바마가 위험회피형이라면 클린턴은 위험선호형이다. 무모한 군사행동을 비판하고자 오바마가 사용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는 구호는 그의 성향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말이다. 클린턴은 “위대한 국가는 중심적 원칙을 필요로 한다”며 그런 구호는 중심적 원칙이 못 된다고 반박했다. 오바마가 군사행동 절제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수단에 치중하는 반면에, 클린턴은 이데올로기적 차원의 접근을 하고 있는 점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두 사람의 논쟁은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한반도는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이번 논쟁의 영향으로 개입주의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는데다, 2016년 대선으로 들어설 정권이 강경한 대외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클린턴이 집권하지 못한다 해도 공화당은 그보다 더 강경하다.
우리 외교도 불과 몇년 뒤 현실화될 미국 대외정책 기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이 완력을 과시하고, 이에 러시아와 중국 등이 대립하는 양상이 나타나면, 남북한은 강대국의 영향권으로 빨려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남북한의 대립이 심화될 수 있다. 우리가 외교적 공간을 넓혀 국익을 확보하는 최선의 길은 남북한이 화해를 통해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소극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는다. 허송세월하다가는 이런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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