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28 18:31
수정 : 2014.08.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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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윤형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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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3일이 다가옵니다. 설렙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요? 그렇습니다. <한겨레> 일본어판의 뉴스가 새달 3일부터 ‘일본 야후’를 통해 일본 사회에 직접 전달됩니다.
한겨레신문사는 2012년 10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정식 일본어판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누리집에 접속해 오른쪽 상단에 표시된 ‘JAPANESE’라는 항목을 클릭하면 일본어판 사이트(japan.hani.co.kr)와 연결됩니다. 이곳에서 <한겨레> 일본어판 담당자 소메이 준조 등이 하루 10여개의 <한겨레> 뉴스 콘텐츠를 일본어로 번역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애초 <한겨레> 일본어판을 시작한 것은 한겨레신문사가 아니었습니다. 한·일 양국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 사이좋게 지내려면 <한겨레>의 진보적인 콘텐츠가 일본 사회에 더 많이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소메이를 중심으로 2008년 11월 모인 일본 시민들은 <한겨레> 팬클럽인 ‘한겨레 사랑방’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한겨레> 뉴스 콘텐츠를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2012년 10월 신문사가 정식으로 누리집 안으로 흡수했습니다. 이들 일본 시민들이 보여준 땀과 열정엔 진심으로 옷깃이 여며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겨레> 일본어판에는 숙원사업이 하나 있었습니다. 현재 일본어판 접속자는 하루 평균 5000~1만명 수준입니다. 소메이는 “더 많은 일본인 독자들에게 <한겨레> 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해선 한국의 <네이버>에 해당하는 <야후 재팬>에 뉴스를 공급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아사히신문>에서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한 오마에 준이치의 소개로 <야후 재팬>과 뉴스 공급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6개월에 걸친 뉴스 공급을 둘러싼 다양한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3일부터 <한겨레> 일본어판의 기사를 <야후 재팬>에 공급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9월 도쿄에 부임한 뒤 1년 정도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난 1년은 한·일 양국의 관계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됐던 시간이기도 합니다. 일본에 부임해 현지의 사정을 살펴보니, 늘 옳다고 여겨왔던 한국의 상식이 일본의 눈으로 보기엔 ‘이해하기 힘든 일’이거나, 일본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논리가 한국인들의 민족적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주는 흉기가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지난 7월19일 일본의 소설가이자 반전평화운동가였던 오다 마코토의 7주기 추모식에 참석했습니다. 그가 숨지던 2007년 7월은 아베 신조 총리의 1차 내각이 이어지던 때였습니다. 점차 우경화되는 일본의 행보를 보며 수심에 젖은 채 울먹이며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 인터뷰를 하던 그의 생전 영상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해 일본을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꾸려 하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반성을 담은 ‘고노 담화’ 등을 검증해 이를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선 ‘아베의 일본’과 ‘오다 마코토의 일본’이 거대한 격돌을 벌이는 중입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선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도 필요하지만, 양국의 시민사회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진정한 사람과 사람의 사귐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더 많은 일본인들에게 다가서게 된 <한겨레> 일본어판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처음 한겨레 일본어판이 만들어질 때의 초심을 다시 한번 외쳐봅니다. “한겨레의 진보적인 콘텐츠를 일본 사회에 알리고 싶다는 열정!”
길윤형 도쿄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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