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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25 18:39 수정 : 2014.12.25 18:39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중국은 새 문화대혁명(문혁)의 전야를 맞고 있다.”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후싱더우 베이징이공대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뒤 날로 강화되고 있는 중국 사회 전반의 사상 통제에 관해 이렇게 비평했다. 그는 “중국 지도부가 자유로운 사상의 토론을 막으면서 정신병적인 제2의 문화대혁명 직전까지 사회를 몰고 가고 있다”며 “중국 현대화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사회는 사상의 자유 측면에서 날로 경직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2일 예술가와 영화·방송 제작자들을 적어도 한달가량 농촌이나 소수민족 거주지, 국경지역 등 벽지에 보내는 ‘하방’ 운동을 펴겠다고 발표했다. “예술 종사자들이 올바른 관점을 갖고 더 많은 대작을 창조하도록 하는 것”이 운동의 목적이라고 했지만, “마오쩌둥식 비판적 세력 개조 운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구이저우성 교육청은 모든 대학 강의실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강의 내용을 살펴보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하방’ 생활의 쓰라림을 아는 시 주석이 이런 조처를 취하는 건 다소 아이러니다. 청년 시절 그는 산시(섬서)성 량자허촌에서 7년여의 하방 생활을 경험했다. 그는 지난 10월 문화예술인과의 좌담회에서 “문혁 기간 동안 하방 생활을 하던 당시 왕복 60리 길을 꼬박 걸어 괴테의 <파우스트>를 빌려 읽었다”고 회상했다. 한뼘 크기의 붉은 <마오쩌둥 어록> 외엔 모든 서적들이 불온, 금기시되던 그 시절 고통스러운 ‘사상 통제’의 경험은 시 주석과 동시대를 살았던 중국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소설가 겸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다이쓰제는 문혁 시절을 다룬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당시를 옮겨놓는다. 다이는 4년 동안 하방 생활을 했다. 하방된 주인공은 함께 하방된 친구에게서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몰래 구한다. 주인공은 짝사랑하던 소녀의 아버지이자 시골 마을의 유일한 재봉사에게 이 소설을 구술해 들려주는데 그의 구술에 푹 빠진 재봉사는 마을의 옷을 온통 프랑스 선원 스타일로 만든다. 작가는 “소설의 영향임이 분명한 자연스러운 환상이 마을 사람의 새 옷에 나타났다. 옷에서는 모두 지중해의 냄새가 풍겼다”고 말한다. 한국에 잘 알려진 소설가 위화 역시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에서 대부분의 책이 불온하고 귀하던 그 시절 알렉상드르 뒤마 2세의 소설 <춘희>를 친구와 나눠 필사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들킬까봐 장소를 옮겨 가며 각자 휘갈겨 베낀 소설은 자기밖엔 알아볼 수가 없었고, 너무나 내용이 궁금했던 위화와 친구는 급기야 서로의 단잠을 깨워 각자 쓴 부분을 읽어주는 것으로 ‘불온한’ 사상의 소설을 읽어낸다. “내가 자고 있을 때 친구가 노기등등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댔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일어나 그와 함께 가로등 밑으로 갔고, 깊은 밤 인적이 드문 가운데 감정에 북받쳐 이 소설을 읽었다.” 사상이 통제되고 획일화됐던 엄혹한 시대가 낳은 ‘웃픈’(웃기고도 슬픈) 일화다.

한국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결정을 내렸다. 비선 국정개입 의혹이란 궁지에 몰린 정권과 그 ‘아래’의 헌재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며 사상과 자유를 통제하는 자해행위를 한 것이다. 제2의 유신이란 말이 등장했다. 중국의 제2 문혁 부활 이야기가 결코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던 이유다.

과거 어른들은 “요새 겨울은 그 옛날 겨울, 동장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들 했다. 그런데 올해 겨울은 무척이나 매섭다. 1960~70년대 그 시절 겨울처럼 말이다.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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