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15 18:54
수정 : 2015.01.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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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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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해가 밝은 지 보름여가 지났다. 새해 베이징 외교가의 관심은 북-중 관계에 모이고 있다. 양국 관계는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까? 나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중국 방문은 가능할까?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3년여 동안 북-중 관계는 순탄하지 않았다. 2013년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취임을 코앞에 두고 이뤄진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중국의 기존 대북관을 흔들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2094호를 이행했다. 2013년 12월 전격적으로 행해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은 중국 사회 전반에 북한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이후 북-중 간 고위급 교류는 맥이 끊겼다. 한 중국 학자는 “1960~70년대 문화혁명 당시 북한으로 넘어간 홍위병들이 모든 권위에 반대한다며 김일성을 비판했던 시절만큼이나 북-중 관계가 나쁘다”고 했다.
하지만 새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은 8일 김정은 제1비서의 생일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이 김정은 동지의 영도 아래 조선식 사회주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지난해 사라졌던 ‘전통 우호관계’라는 수사도 슬그머니 다시 등장했다.
중국의 변화는 최근 동북아 국제정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미·일은 지난달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방지하려 한다며 3국간 정보공유약정을 체결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기구를 창설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냉전적 구상을 한다”고 비판했다. 정보공유약정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구상과 맞닿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중국을 북한에서 떼어놓고, 한·미·일은 관계를 강화하는 미국의 함정에 빠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러시아가 5월 열리는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김 제1비서를 초청한 것도 중국의 계산을 복잡하게 한다. 그가 초청에 응할지는 미지수지만, 응한다면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에서 김 제1비서와 어색한 첫 대면을 할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는 “더는 북한과의 냉랭한 관계를 끌고 가선 안 된다. 자칫하면 때를 놓친다”는 의견이 없지 않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년 탈상을 마쳤다. 게다가 김 제1비서는 지난해부터 경제발전을 꾀하려 공장, 기업, 회사, 상점 등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5·30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계속 김 제1비서의 방중을 요청했지만 중국이 미뤘다”는 게 정설이다.
장애물은 있다. 중국으로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지금껏 유지해온 기조를 바꾸기엔 명분이 달린다. 미국의 태도도 심상찮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대북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남북에서 정상회담 언급이 나온 직후였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대북 제재”를 언급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국의 의지다. 한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한국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다.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면 중국도 부담을 덜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반대라면 중국도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북한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빌미를 주길 바라지 않는다.
나아갈지 멈출지 캐스팅보트는 한국이 쥐고 있다. 왕래는 불신과 긴장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라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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