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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14 19:15 수정 : 2016.01.14 20:00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베이징 외교가의 전망을 깨는 것이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한 달 전 모란봉 악단 철수라는 ‘단발성’ 악재에도 북-중 관계가 개선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많았다.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이 연내 실현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4차 핵실험은 모든 게 오판이었음을 증명했다.

미국은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중국이 한 게 없고, 무르게 대응해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서방 언론들도 “중국에 생존을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최빈국 북한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한국에서도 “중국이 제대로만 하면 다 되는데”라는 원망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은 손사래를 쳤다. 북한과의 대화, 평화협정 체결을 거부한 미국보다 훨씬 한 게 많다고 했다. 그러나 늘 하던 변명과 뻔한 소리 정도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한때 북한의 혈맹이자 ‘중공’이었던 나라의 말은 미국의 동맹국인 나라에서는 쉽게 ‘메신저 거부현상’을 일으킨다. 이는 말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그 사람이 말한 내용도 무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이 가장 꺼려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까지 언급했다. 중국은 사드가 자국을 포위 압박하려는 미국의 계책이라고 여긴다. 이는 중국을 북핵 제재에서 더욱 멀어지게 할 뿐 아니라 고작 3년 동안 쌓은 신뢰도 스스로 허무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2013년 2월 3차 북핵 실험 뒤 한·미와 나름 보조를 맞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에 동참했고, 북한과는 고위급 교류를 중단했다. 비핵화를 한반도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렸다. 북-중 관계는 얼어붙었다. 중국은 4차 핵실험 때 북한으로부터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은 대북 제재에서 더 나아가지 않으려 한다. 여기엔 지난 3년의 주변 정세 변화에 대한 중국 나름의 평가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중국 안에선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핑계로 북한과 대화도 거부한 채 북핵을 방치하고, 중국 봉쇄가 목적인 아시아 회귀 전략에 이용했다. 미국은 한-미 연례 군사훈련을 줄이는 정도의 성의도 안 보였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에서는 “미국은 학업(북핵 해결)에 뜻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엔 ‘왜 우리가 굳이 북핵 문제를 도맡아야 하는가? 과연 무슨 득이 있는가’라는 회의감이 팽배한 것 같다. ‘중국은 문제를 만든 당사자도, 해결의 열쇠를 쥔 나라도 아니다’라는 중국 외교부의 발언은 이런 정서를 반영한다.

더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은 중국 국익을 훼손할 것이란 인식도 강하다. 북한이 붕괴해 대규모 난민이 동북 3성에 밀려들고 주한미군이 북한에 주둔하는 시나리오는 중국으로선 최악이다.

북한이 완전히 중국에 등을 돌리는 적대 관계가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한·미·일이 내심 가장 바라는 대북 송유관 차단은 중국으로선 ‘북한과의 영원한 관계 단절과 적대 관계 전환’이란 치명적 위험성을 지닌 최후의 선택지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은 중국에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로 작용한다. 한·미·일 동맹이 강화되면 될수록 중국은 북한을 내치기 어렵게 된다. 중국이 고립되기 때문이다. 한 중국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 체제를 흔들지 않으면서 아프게 하는 수준의 대북 제재를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한·미·일은 움직이지 않으려는 중국이 야속할 법하다. 그러나 국익을 손상하면서까지 남의 나라의 요구에 응할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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