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2.04 19:41
수정 : 2016.02.10 17:54
“얼마나 계십니까?”
“3년 정도요.”
“그럼 그저 무탈하게 지내다 가시면 되겠네요.”
3년 전 베이징에 막 도착했을 때 주변에서 자주 들었던 ‘충고’다. 거대한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인들과 제대로 ‘관시’(관계)를 맺기엔 3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짧다는 말이었다. 중국의 폐쇄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중국인의 믿음을 얻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경험을 담은 말이기도 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 예고 뒤 한·중을 보면서 문득 3년 전의 기억이 났다. ‘한-중 관계가 좋아졌다’는 말이 돈 것은 불과 3년이다. 이명박 정권 때만 하더라도 양국 관계는 얼음장이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 양국 관계에 온기가 돌았다. 2013년 1월 가장 먼저 중국에 특사단을 보냈다. 다섯달 뒤엔 믿음을 쌓는 여행이란 뜻의 ‘심신지려’(心信之旅)란 이름을 붙여 방중했다. 이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하고 지난해 중국 열병식 때 박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오르자 ‘역대 최고’, ‘사상 최고’란 수식어가 양국 관계 앞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고작’ 3년이다.
그리고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일 로켓 발사 예고, ‘역대 최고’라던 한-중 관계는 곤두박질친다. 중국은 대북 제재를 머뭇거린다. 한국에선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천안문 망루까지 올랐건만 고작 이 정도밖에 못 해주는가’라는 배신감이 일렁인다. 사람들은 ‘배신’이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는 금기란 걸 안다. 내친김에 대통령은 중국이 가장 꺼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도 언급했다. 사드 논란이 시작된 이래 1년 반 동안 정부는 ‘미국의 요청도, 상호 협의도, 한국의 결정도 없다’는 이른바 3노(NO) 원칙으로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나오는 설을 부인하기 바빴지만, 이제 스스로 모순을 드러낼 만큼 중국을 향한 불쾌함이 강해진 것이다.
중국도 발끈했다. 가뜩이나 ‘당신네들의 대북 접근 방식은 틀렸다’는 미국의 북핵 책임론에 단단히 화가 나 있던 차였다. 관영 언론은 “사드를 배치하면 대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한국과 “왜 미국 말만 듣고 우리 탓만 하느냐”는 중국은, 서로 섭섭하다.
분명 중국은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지렛대는 충분히 길지 않거나 짧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 정도야…’라는 게 한국 위정자들의 정서다. 모란봉 악단 철수, 통보 없는 4차 핵실험,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 방문 당일 로켓 발사 예고 등은 북-중 관계의 현실과 한계를 보여준다.
미-중의 ‘네 탓’ 공방과 ‘북한이 뺨을 때린 것은 너희다’라는 ‘따귀 논쟁’ 속에 북한은 로켓 발사 택일에 들어갔다. ‘한·미·일’ 대 ‘북·중’이라는 질긴 냉전 구도가 다시 등장한다. 냉전 구도로 가장 큰 고생을 할 나라는 한국이다.
‘3년 본전론’을 접고 현실을 볼 때다. 중국을 압박하기보단 미국의 아시아 회귀에 대한 중국의 불안을 덜어내는 접근이 필요하다. 북-중 관계는 미-중 관계와 반비례한다. 한·일을 동맹으로 거느린 미국과의 갈등이 깊어지면 중국은 고립되지 않으려 북한을 끌어당긴다. 더구나 지금 중국 내부에선 북한 포기론까지 등장했던 3차 핵실험 때와는 달리 현실론이 조용히 퍼지고 있다. 어차피 북핵 개발을 저지할 수 없다면 적어도 북한을 적대국으로는 돌리지 말고 차선을 도모하자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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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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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류 변화를 못 본 채 취하는 경직된 중국 압박은 ‘각주구검’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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