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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8 20:10 수정 : 2016.04.28 20:10

“내겐 꿈이 하나 있다. 모든 중국인이, 우선 아이들이, 날마다 우유 500㎖를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꿈이다.”

2006년 4월23일,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가 충칭의 광다우유를 방문해 남긴 글이다. 지난 20일 직접 가본 이 회사의 ‘역사관’에 기록된 중국 우유의 역사는 제국주의 침략으로 점철된, 꽤 낯선 내용이다. 1840년 아편전쟁으로 얼룩무늬 젖소가 서양 군대와 함께 유입, 1842년 난징조약에 의한 개항으로 외국 전도사들이 우유를 수입, 1901년 상하이 쉬자후이 천주교 수녀원이 얼룩무늬 젖소를 수입, 1906년 상하이 조차지에서 중국 최초의 우유 표준 제정….

2015년 중국의 우유 생산량은 3755만t이었다. 올 초 발표된 중국 인구(13억7462만명)를 단순히 나눠보면, 1명당 하루 약 75㎖를 마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원자바오의 꿈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뤄지지 않았다. 혹시 한국, 우유 과잉생산으로 골치 아파하다 지난해 ‘젖소 3800마리 자율 도축’이란 끔찍한 고육책을 꺼냈던 그 한국이 도울 기회는 없을까?

한국 우유업계는 중국의 ‘금수’ 조처로 한동안 크게 홍역을 치렀다. 원인은 양국 간 우유 열처리 기준의 차이였다. 한국 쪽은 초고온 순간살균법(130도 이상 2초)으로 처리한 우유를 ‘신선유’(저온살균 우유)라고 생산·수출하고 있었다. 중국 쪽은 2014년 5월 이는 신선유가 아니라 멸균우유라며, ‘살균 방법과 포장지 기재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입을 중단시켰다. 처리 온도(130도)가 중국의 멸균우유 기준치(132도)와 같다고 본 것이다.

신선유의 유통기한은 멸균우유보다 훨씬 짧다는 것도 논란이 됐다. 중국 쪽은 신선유는 그 신선도가 길어야 7~8일 갈 뿐인데, 한국산은 어떻게 운송, 통관, 내륙운송을 거치며 그 넓은 중국 땅을 휘젓느냐고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앞으로 신선유라고 하려면 중국 기준(75도 이상 10분)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한국 우유 업체들은 울상이 됐다. 중국시장 진출 계획이 물거품이 되나 싶었다. 반년여 지난 지난해 1월 우여곡절 끝에 중국 실사단이 국내 유업체들을 직접 돌아봤고, 6월엔 중국 쪽 요구에 맞춘 생산시설 몇 곳이 등록을 마쳤다. 한국엔 판매되지 않는 ‘중국시장 전용 한국 우유’가 생산됐고, ‘금수’ 1년여 만인 7월에야 흰우유 수출이 재개됐다.

유아용 분유는 어떨까? 2004년 ‘대두증 분유’, 2008년 멜라민 파동 등 악명만 높을 것 같은 중국산이지만,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점유율 53%를 기록하며 수입분유를 앞질렀다. 중국 유업계는 2008~14년 6 대 4 정도로 수입산에 시장을 내줬던 ‘치욕’을 떨치고 있다고 흥분하는 중이다.

외국 업체들은 씁쓸하다. 중국 당국은 현재 4000여개에 이르는 분유 브랜드의 난립을 문제 삼아 업체별로 브랜드 가짓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합 성분은 대동소이한 제품에 제조업체가 자체 상표 외에 유통업체 제휴 상표(PB)를 붙여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것이다. 중국산, 한국산, 미국산 할 것 없이 모두 같은 조건을 적용받겠지만, 결국은 미리 대책을 세워온 중국 브랜드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 관계자 얘기다.

김외현 베이징 특파원
<중국재경정보망>은 28일 외국산 우유가 보관기일도 길어서 신선하지도 않은데 가격만 비싸 품질이 결코 국산보다 뛰어난 게 아니라며,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기사를 냈다. 모두가 우유를 마시는 중국을 꿈꾼 원자바오에게 우유는 어떤 의미였을까.

김외현 베이징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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