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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2 18:25 수정 : 2016.09.22 20:41

이용인
워싱턴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을 했다. 아베 총리는 오는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일본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한다. 북한은 5차 핵실험을 했다.

동북아 행위자들의 이질적인 이런 외교 행보에는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오는 11월 대선 이후 새로 들어서는 미국 행정부와의 협의, 협상, 담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공개적으로 미국 대선 이후를 염두에 둔 외교 행보라고 말한 적은 없다. 그동안의 행보로 미뤄 짐작할 뿐이다. 진단이 틀릴 수도 있지만, 상대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외교적 상상력을 동원해 대비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긴요하다.

동북아 행위자들은 미국 새 행정부와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을 상대해야 한다. 중국은 ‘패권 경쟁’과 ‘협력적 공존’, 일본은 ‘동맹 강화’와 ‘방기(버려짐)의 두려움’, 북한은 ‘적대적 관계’와 ‘관계 정상화’라는, 대미 관계에서 초래될 수 있는 양극단 사이에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고 국익은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외교적 공간을 확대하며, 협상 수단을 쟁여놓고, 세불리기를 하며 미래에 대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의 지난 5일 중국 항저우 회담은 주목할 만하다. 남중국해나 동중국해 긴장 해결을 위한 결정적인 진전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양쪽은 향후 관계 진전을 위한 중요한 밑자락을 깔아놓았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는 현재 언덕을 올라 구덩이를 지나고, 전진하지 않으면 후퇴하는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도 “곤란한 과제를 계속 관리하면서 안정적 우호관계를 구축해 가고 싶다”고 화답했다. 내년은 중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45주년이 되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다. 관계 회복을 위한 명분과 외교적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대중 견제 혹은 봉쇄 전략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중국은 차기 미 행정부와 대중 관계를 재설정하기를 원한다. 특히,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한·미·일 3국간 군사협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중국은 3국간 군사협력의 가장 약한 고리로 여겼던 한국이 사드 배치에 앞장서면서 한국을 중립화시키는 데 실패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중국이 내놓을 수 있는 확실한 대미 카드는 일본과의 관계 회복, 또는 관계 회복 움직임이다. 중·일이 접근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는 미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미-일 동맹 강화를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받았다. 동남아에 대한 영향력도 급속히 확대했다. 몸집을 키웠으니,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해도 협상에서 밀리지 않을 때가 됐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12월 회담은 더욱 예민하다. 미국 내에서 ‘공적’으로 여기는 푸틴 대통령을 아베 총리는 고향으로 초청한다고 한다. 내실있는 합의가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일본의 적극적 제스처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 대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아베 정권의 외교 행보는 참 영리하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도 결국은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가 끝났고, 판을 키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강압적 전략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내년을 어찌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린치핀(핵심축) 같은’, ‘빛 샐 틈 없는’ 등처럼 한-미 동맹을 포장하는 새로운 수식어를 찾아내 외교 성과를 올린 것처럼 홍보하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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