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10.13 18:27 수정 : 2016.10.13 20:45

이용인
워싱턴 특파원

미국 워싱턴 외교가에선 ‘담론 전쟁’이 한창이다. 차기 행정부, 아마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의 북핵 정책을 둘러싼 쟁투다.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을 목표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우드로윌슨센터의 제인 하먼 소장과 제임스 퍼슨 연구원의 최근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은 의미가 크다. 주류 싱크탱크들의 오랜 침묵을 깨고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정조준해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격도 이어지고 있다. 여론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대북 강경파든 협상파든 목표는 분명하다. 다음달 8일 대선이 끝나고 들어서는 행정부는 3~6개월 동안 새 정책을 검토·수립한다. 내년 2~4월 안팎이면 새 행정부 외교·안보 사령탑과 정책 밑그림이 드러날 것이다. 그 전에 자신들의 대북정책 입장을 최대한 투사하려는 것이다.

특히 클린턴은 여론을 중시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짧은 기간에 워싱턴의 여론 흐름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앞으로 한반도 정책의 큰 방향을 좌우할 것이다. 예민하고 중대한 시기다.

‘힐러리 클린턴 행정부’가 내년 상반기 전후로 북한과 협상에 나설 것인가?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라는 로맹 롤랑의 좌우명처럼,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대북 협상 가능성에 대한 섣부른 낙관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이 미국 새 행정부의 정책 검토 기간에 추가로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는 경우다. 정권 초 기세등등하기 마련인 미국 새 행정부는 최대치의 대북 압박을 가할 것이고, 협상 여론이 다시 동력을 얻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 붕괴론’을 맹신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대응도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군사적 타격 운운하면서 덤비면 한반도가 전쟁 위기에 휩싸일 수도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로, 북한이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상 신호를 보내고, 미국 내 여론도 대북 협상 쪽으로 기우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도 북핵 협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숱한 변수가 복병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선, 미국 내 강경파는 말할 것도 없고 협상론자들도 대체로 한국 정부와의 협력과 조율을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발목을 잡는다면 미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몇번이나 이런 사례가 있었다. 다만, 박근혜 정부의 국내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곤두박질치면 미국이 독자적 행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가능성은 있다. 미국은 상대국 정부의 지지율을 대외정책의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미 의회의 분위기는 미국 내부의 중요한 여론 변수다.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 때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가 체결됐음에도, 공화당이 장악한 상·하원의 딴죽걸기로 이행은 계속 지체됐다. 그래서 다음달 8일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중 관계도 최상위 변수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새 행정부와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 한반도 문제는 강대국의 팻감으로 활용되기 십상이다. 미-중 관계 안정을 위해 한국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사드 배치 결정과 해경정 침몰을 둘러싼 한-중 갈등은 불길한 징조다.

길게 보면 결국 협상으로 갈 것이다. 재앙과 공멸을 피하려면 그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체될수록 국민이 치러야 하는 비용과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어쩌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박근혜 정부의 도박이 있을 수도 있다.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낙관주의보다는 냉정함과 경각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다.

yy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특파원 칼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