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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20 17:59 수정 : 2016.10.20 19:20

김외현
베이징 특파원

아직도 중국에선 도널드 트럼프의 중국어 표기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미국 대선은 고작 2주일 남았는데, ‘터랑푸’(特朗普)와 ‘촨푸’(川普)라는 음차 방식이 공존한다. 중국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터랑푸’가 자리를 잡는 것 같긴 한데, 인터넷과 중국 외 중화권 매체들은 ‘촨푸’를 선호한다. 많은 경우 두 표기는 병기된다.

애초부터 중국 사람들은 ‘촨푸’라는 이름에 꽤 흥미를 느낀 것 같다. ‘촨푸’를 문자 그대로 풀면 쓰촨성식 푸퉁화(표준어)라는 뜻이다. 한국식으로는 종종 코미디 소재가 되는 ‘경상도 사람의 표준어’ 정도일까? 인터넷엔 “나도 처음엔 그 뜻인 줄 알았어”라는 댓글이 곳곳에 있다.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가 걸핏하면 대중국 무역불균형을 거론하며 ‘중국 때리기’를 일삼아온 것은 중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는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막말을 퍼붓고,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도 놨다. 하지만 중국 시각에선 미국 대선에서 불거지는 중국 견제론 또는 중국 위협론이 새로운 일이 아니다. 가까이는 2012년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중국의 ‘환율 조작’을 들고나왔고, 멀게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가 전임 지미 카터 민주당 정부의 ‘대만 단교’를 문제 삼았다. 오늘날 중국에 이런 공격은 오히려 성장의 상징이자 국제적 위상 제고의 증거다. 게다가 선거가 끝나면 승자는 항상 예봉을 누그러뜨리기 마련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때리기’의 무게를 덜어내면, 중국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보다 트럼프의 당선을 선호할 것이란 세간의 관측은 더욱 힘을 얻는다. 클린턴은 중국 인권 문제에 늘 강경했고, ‘중국 제재’로 받아들여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재균형’ 정책 시기 미국 외교의 사령탑인 국무장관이었다. 그의 풍부한 경험이 중국은 부담스럽다.

반면, 트럼프는 중국의 체제나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한 적이 거의 없고, 중국의 안보에 부담이 되는 주한·주일미군 등 미국의 국외 주둔군과 그 역할에 되레 회의론을 제기해왔다.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시킬 수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의 기치를 먼저 앞세운 것도 트럼프였다. 그는 남중국해 불간섭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 인물은 아니지만, 미-중 수교를 이끌어낸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나 중국에서 “최고의 관계”라는 호평을 받는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처럼 공화당 집권이 중국에 이롭다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사업가로서의 트럼프는 그가 소유한 호텔에 들어간 중국 철강재처럼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많은 것이 불확실성의 영역에 머무는 트럼프를, 중국이 무작정 지지하고 기대하는 건 아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중 관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거라는 하나 마나 한 말을 했다. 19일 3차 티브이 토론 뒤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클린턴의 승리를 점친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분명한 것은 중국이 이번 미국 대선을 비웃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사설 격인 ‘종성’은 이번 선거의 이전투구 양상과 역대 최고 선거비용을 거론하며, “미국은 시끄러운 선거가 제도적 우위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자랑했고 심지어 이를 빌려 중국을 함부로 지적했다. 막대한 자신감과 오만함은 접어두어야 할 것”이라고 으스댔다. 혼탁한 선거가 온전히 트럼프 책임인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따지고 보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곧 지금의 미국은 위대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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