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특파원 3년 넘게 도쿄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적지 않은 일본인을 인터뷰했다. 그중에는 정치인이나 관료도 있었고, 홋카이도 같은 지방에서 수십년 동안 평화운동을 해온 시민들도 있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외국인의 의견을 묻는 것은 한국에서는 얻지 못하는 외부의 신선한 시각을 통해 ‘뭔가 배워 보겠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공하는 인터뷰도 있고 실패하는 인터뷰도 있다. 인터뷰가 실패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준비 부족이다. 아무래도 외국인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에겐 ‘당연한 상식’이 기자에겐 태어나서 처음 듣게 되는 말일 수 있다. 상대가 갑자기 ‘노손신코카이’(농촌진흥회) 같은 표현을 발음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또다른 이유는 상대의 주장이 도무지 납득이 안 될 경우다. 일본의 전문가, 특히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일본과 한국은 그 나라가 추구하는 가치나 전략적 이해가 조금씩 미묘하게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북·대중관’이다. 일본에선 70~80%의 사람들이 중국의 부상을 일본의 잠재적 위협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가능하면 한국, 호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인도 등 주변국들과 우호적인 안보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위안부 문제가 양국관계 발전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서 양국관계 발전이란 다름 아닌 한-일 군사협력을 뜻한다. 그래서 지난달 체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적어도 일본 입장에서 보기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간 12·28 합의의 논리적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한국도 중국의 부상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또다른 기회’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일본도 중국을 ‘전략적 호혜관계’로 파악하지만 그 느낌은 확연하게 다르다. 한국에선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이 30~40%에 불과하다. 일본인 처지에선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겠지만, 한국에선 아베 정권 들어 본격화된 여러 움직임을 중국의 노골화해 가는 해양진출보다 좀더 민감하게 느끼는 이들이 더 많다. 여기서 북한을 어떻게 보는가에까지 이르면 대화는 파탄에 이른다. 한국인들의 절반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드’ 배치보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지혜로운 일이라고 본다. 한-일 양국의 전략적 이해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의 대다수 지식인들은 한국의 전략적 이해를 일본의 국익 차원에서 규정하고, 자신들의 프레임에 맞지 않는 한국의 여러 모습을 ‘미숙한 한국’으로 파악한다. 8일 아침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일본을 찾은 외교부 공동취재단과 진행한 언론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됐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북한으로 흘러간 돈이 다 핵개발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유화정책을 해서 좋을 일은 없다. 북한 미사일 무기 실전 배치를 막기 위해서 국제사회가 압력을 줘야 하는 시기인데, (한국 차기) 정부가 대북 태도를 바꾸면 좋은 일이 아니다.” 잠시 한숨을 내쉬고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된다. 무토 대사의 발언은 자신이 근무했던 이웃나라에 대한 나름의 애정을 담은 진심 어린 충고일 것이다. 그 사실을 의심하진 않는다. 다시 한번 한-일, 특히 한국의 진보진영과 일본 주류의 ‘전략적 세계관’의 차이를 통감한다. 대화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charisma@hani.co.kr
칼럼 |
[특파원 칼럼] 일본인 인터뷰 / 길윤형 |
도쿄특파원 3년 넘게 도쿄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적지 않은 일본인을 인터뷰했다. 그중에는 정치인이나 관료도 있었고, 홋카이도 같은 지방에서 수십년 동안 평화운동을 해온 시민들도 있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외국인의 의견을 묻는 것은 한국에서는 얻지 못하는 외부의 신선한 시각을 통해 ‘뭔가 배워 보겠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공하는 인터뷰도 있고 실패하는 인터뷰도 있다. 인터뷰가 실패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준비 부족이다. 아무래도 외국인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에겐 ‘당연한 상식’이 기자에겐 태어나서 처음 듣게 되는 말일 수 있다. 상대가 갑자기 ‘노손신코카이’(농촌진흥회) 같은 표현을 발음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또다른 이유는 상대의 주장이 도무지 납득이 안 될 경우다. 일본의 전문가, 특히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일본과 한국은 그 나라가 추구하는 가치나 전략적 이해가 조금씩 미묘하게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북·대중관’이다. 일본에선 70~80%의 사람들이 중국의 부상을 일본의 잠재적 위협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가능하면 한국, 호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인도 등 주변국들과 우호적인 안보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위안부 문제가 양국관계 발전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서 양국관계 발전이란 다름 아닌 한-일 군사협력을 뜻한다. 그래서 지난달 체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적어도 일본 입장에서 보기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간 12·28 합의의 논리적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한국도 중국의 부상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또다른 기회’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일본도 중국을 ‘전략적 호혜관계’로 파악하지만 그 느낌은 확연하게 다르다. 한국에선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이 30~40%에 불과하다. 일본인 처지에선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겠지만, 한국에선 아베 정권 들어 본격화된 여러 움직임을 중국의 노골화해 가는 해양진출보다 좀더 민감하게 느끼는 이들이 더 많다. 여기서 북한을 어떻게 보는가에까지 이르면 대화는 파탄에 이른다. 한국인들의 절반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드’ 배치보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지혜로운 일이라고 본다. 한-일 양국의 전략적 이해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의 대다수 지식인들은 한국의 전략적 이해를 일본의 국익 차원에서 규정하고, 자신들의 프레임에 맞지 않는 한국의 여러 모습을 ‘미숙한 한국’으로 파악한다. 8일 아침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일본을 찾은 외교부 공동취재단과 진행한 언론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됐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북한으로 흘러간 돈이 다 핵개발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유화정책을 해서 좋을 일은 없다. 북한 미사일 무기 실전 배치를 막기 위해서 국제사회가 압력을 줘야 하는 시기인데, (한국 차기) 정부가 대북 태도를 바꾸면 좋은 일이 아니다.” 잠시 한숨을 내쉬고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된다. 무토 대사의 발언은 자신이 근무했던 이웃나라에 대한 나름의 애정을 담은 진심 어린 충고일 것이다. 그 사실을 의심하진 않는다. 다시 한번 한-일, 특히 한국의 진보진영과 일본 주류의 ‘전략적 세계관’의 차이를 통감한다. 대화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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