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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0 18:10 수정 : 2017.08.11 13:26

김외현
베이징 특파원

한여름 중국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전랑2>는 연일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특수부대 ‘전랑’ 출신의 주인공은 혈혈단신으로 ‘나쁜 놈’들을 모두 물리치고, 중국 관객들은 박수치고 환호한다.

줄거리를 보자. 주인공 렁펑(우징 분)은 작전 중에 숨진 전우의 유해를 철거민 신세의 유족에게 전하려다가, 철거를 강행하는 용역업체와 한판 싸움이 붙는다. 이때 폭력 혐의로 체포돼 징역 2년 및 강제 전역 조처를 당한다. 같은 부대 동료이자, 형기를 마치면 결혼하기로 했던 애인이 아프리카 작전 도중 사망한다. 범인을 찾으려고 아프리카로 가 무역상으로 일하던 중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그 나라에서 내전이 발생한다. 중국 정부는 현지 의료진과 기업 등 중국인들을 빼내야 하지만 국제사회 동의 없이 개입하지 못한다. 렁펑은 자신이 데리고 다니던 현지 어린이의 모친을 구하기 위해 임무에 자원하고, 결국 구조에 성공한다.

영화는 그동안 중국에 갖은 비하와 조롱을 일삼아온 서구권에 회심의 반격을 가한다. 현지에서 중국 의료진과 함께 일하는 여주인공 레이철(셀리나 제이드, 중국명 루징산 분)은 미국인 의사다. 병원이 반군의 습격을 받아 렁펑에게 구출된 뒤, 레이철은 “미국대사관으로 데려가달라.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한다. 그러자 렁펑은 “미국 해병대는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부대인데, 왜 당신을 구조하러 오지 않았지?”라고 쏘아붙인다. 미국대사관은 전화가 닿지 않고, 렁펑은 중국 외 다른 나라는 모두 군함이 철수했다고 전한다. “트위터에서 미국대사관에 메시지를 남겼는데 답이 없어”라고 할 정도로 어리석은 백인 미국 여자 레이철은 결국 ‘영웅’ 렁펑에게 반해버린다.

해안의 중국 군함들이 유엔 안보리 결정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무력개입을 ‘참는’ 것도,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조롱인 듯하다. 안보리 결정은 렁펑과 현지 중국 기업 직원들이 개죽음을 당하기 직전 극적으로 나왔고, 함장은 주저없이 ‘발사’를 외친다. 하늘로 솟아오른 함포는 반군이 고용한 서구 출신 용병들의 탱크 위로 쏟아져 적을 무너뜨린다. 앞서 일대일 격투에선 용병 우두머리인 미국인이 “중국인은 모두 겁쟁이야”라고 하자, 렁펑은 “그건 씨× 옛날 얘기야!”라며 제압하기도 한다.

구출한 중국 기업 직원들을 데리고 정부군-반군 전투 지역을 지나올 때는, 렁펑이 중국 국기를 팔에 꽂아 치켜든다. 정부군도, 반군도 “중국인이야”라며 사격을 중단한다. 애초에 반군 지도자는 “중국인들은 죽이지 마.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우리가 나라를 세우려면 중국 지지가 필요해”라고 말한다.

애초 중국 기업이 중국인만 헬기로 대피시키려 하자, 현지인과 가정을 꾸린 중국인 남녀가 배우자와 눈물을 흘리며 헤어지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중국이 해외에 진출하면서도 현지화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서구의 일반적 인식에 대한 반론은 아닐까.

이 영화는 중국어를 잘하는 서양 사람(레이철)이 돋보이고, 중국인의 소통 노력은 덜 강조되는 전형적인 ‘중국 중심’의 서사다. 렁펑이 아프리카 현지 건달과 술 시합을 벌이던 중 중국의 ‘국주’ 마오타이가 종목이 되자 환호하는 관객을 보면서, 오래도록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이들의 열망을 느끼기도 했다.

‘당나라 군대’를 기강이 해이한 군의 대명사로 간주하면서도 오랜 역사에 걸쳐 여러 차례 중국 군대에 국토가 짓밟혔던 이웃나라 사람이라서였을까, 보는 내내 약간의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다. 하긴 돌이켜보면 미국의 <람보>나 영국의 <007 시리즈>도 끝맛이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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