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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4 18:43 수정 : 2017.08.24 20:29

이용인 워싱턴 특파원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규모 축소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올해도 예년 수준에서 한다.”(한국 국방부 관계자)

“한-미 연합훈련은 방어훈련으로 정당한 훈련이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해서는 안 되는 불법적인 것이다. 불법적인 것과 정당한 것을 맞교환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청와대 관계자)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말할 것도 없고 축소·조정도 절대 없다. 0%다. 그건 미국이 우리한테도 분명히 얘기했다.”(주미 한국 대사관 관계자)

지난 16일(현지시각) 두 명의 취재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축소를 “결정했다”며 “확실하다”고 귀띔을 해줬다. 신뢰성 높은 취재원 둘이 동시에 얘기를 해줬기에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정부 관계자들 누구한테도 미국 내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과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성명 이후 긴장이 고조되던 한반도 정세의 작을 수도, 클 수도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한사코 부인했던 것을 보면 눙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찜찜함을 떨쳐버리기는 어려웠다. 한-미 간 정보 공유가 매끄럽지 않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이처럼 중대한 사안도 협의를 하지 않았을까? 정부 쪽에서 이렇게 모를 리가 있을까? 한참 고민한 끝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연합훈련 규모 축소·조정을 “결정했다”라는 단정적 표현 대신에, 수위를 낮춰 서울로 기사를 보냈다.

기사 보도 뒤 하루도 안 돼 한국 국방부가 발표한 연합훈련 규모를 보면, 미군 병력이 지난해보다 7500명이나 줄었다. 해외증원 미군은 지난해보다 500명이 늘었지만 주한미군 참가 병력이 8천명 줄었기 때문이다. 훈련 참가 미군 병력이 1만7500명인 점을 고려하면 7500명 축소는 적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급박한’ 결정으로 한국에 파견하기로 몇 달 전에 결정했던 증원군 수는 유지하되, 규모를 쉽게 조정할 수 있는 주한미군 수를 줄였음을 ‘상식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기사가 나간 뒤 “정말 몰랐다”는 대사관 관계자의 발언은 차라리 솔직하다.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또 다른 한국 정부 관계자의 전언은 함께 안타까워할 수 있다. 하지만 “증원 병력은 늘었기 때문에 훈련 규모가 축소됐다고 말할 수 없다”는, 국방부 쪽에서 흘러나오는 해명은 왠지 구차하다.

“한국 정부가 미국을 너무 믿는 것 같다”는 소식통의 한마디는 뼈아프다. 미국을 믿지 말라거나 미국과 싸우라는 얘기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독 비밀주의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깊숙한 논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다. 그런 만큼 더 치열해져야 하는데, 각 부서나 현장의 모세혈관들이 잘 작동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건 일선 외교관이나 정부 관료들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는데도 4강 대사 인선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주미 한국 대사로 입길에 오르내리는 분들은, 죄송하지만, 이 어려운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적임자일까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워싱턴 지인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사가 부임해야 대사관 내부 인사가 이뤄진다. 인사가 예정된 사람들은 일손을 놓고 한국만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인물이 수혈돼 상대방 국가 인사들과 안면을 트고 안착하기까지는 또 몇 달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아마 다른 주요국 대사관이나 외교부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이 엄중한 시절에 문재인 정부 외교는 연말이 지나야 정상가동될 수 있는 상황이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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