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가 가관이다. 듣기 좋은 말로 ‘일방주의’고, 행태가 ‘조폭’과 다름없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에 비하면 양반 축에 들 것 같다.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거론하고, 한국의 경제적 피해는 아랑곳없이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 배치를 밀어붙였다.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유화 정책’이라고 낙인찍어 버린다. 심지어 지난 6월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선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부시가 김대중 대통령한테 ‘디스 맨’(this man·이 양반)이라고 부른 것보다 더한 외교적 무례가 있었다고 한다. 제국의 힘을 바탕으로 한 완력과 ‘베니스의 상인’ 같은 교활한 상술만이 그가 신봉하는 지상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로 홍역을 치렀지만, 이건 앞으로 닥쳐올 ‘트럼프 쓰나미’의 시작일 뿐일지도 모른다. 북핵·통상 문제만 부각되면서 표면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거세게 밀어붙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과정에서 보여준 트럼프의 안하무인을 보면 사드보다 훨씬 더 큰 압박이 들어올 것이다. 동북아 축과 군사적 측면만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닮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3인방’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이 미국 외교안보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칼날의 양면과 같다. 트럼프의 충동적 기질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마지막 방화벽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전쟁터에서 평생을 보낸 이들은 ‘전쟁은 가능한 한 피하되, 전쟁이 발발하면 반드시 이긴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다. 매티스 장관 등이 지금까지는 한반도 상황을 진정시키는 쪽으로 노력해온 점을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워싱턴 주류의 대중국 강경 분위기와 군부의 이해를 대변하는 쪽으로 정책결정을 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중국과 시끄럽게 무역전쟁을 벌였다면, 이들은 북핵 문제를 고리로 조용히 중국의 부상에 대한 군사적 억지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군사적 측면의 대비 전략은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우리한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오바마 때도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중국 견제를 이들에게 하청 주는 전략을 폈다. 트럼프 행정부 때는 이와 비슷한 기조 속에서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과 난폭성, 정책의 비일관성과 참모들의 비전문성까지 겹쳐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앞으로 한국이 마주하게 될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일 3국 간 군수·정보 협력을 강화하자고 요청하겠지만, 실은 강요할 것이다. 트럼프가 사드 1개 포대를 추가배치하라고 트위터를 날릴 수도 있다. 그는 사드가 “하늘을 나는 멋진 무기”라는 단선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다.(물론 이때는 노골적으로 한국이 돈을 대라고 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사용권을 내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미-중 패권의 백병전 전장이 돼버린 한국에서 우리는 저지선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누구의 표현대로 미국뿐 아니라 중국한테도 “기는 것뿐 아니라, 짖으라고 하는 대로 짖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에 기면 중국에도 기게 돼 있다. yyi@hani.co.kr
칼럼 |
[특파원 칼럼] 부시보다 더한 트럼프 / 이용인 |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가 가관이다. 듣기 좋은 말로 ‘일방주의’고, 행태가 ‘조폭’과 다름없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에 비하면 양반 축에 들 것 같다.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거론하고, 한국의 경제적 피해는 아랑곳없이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 배치를 밀어붙였다.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유화 정책’이라고 낙인찍어 버린다. 심지어 지난 6월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선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부시가 김대중 대통령한테 ‘디스 맨’(this man·이 양반)이라고 부른 것보다 더한 외교적 무례가 있었다고 한다. 제국의 힘을 바탕으로 한 완력과 ‘베니스의 상인’ 같은 교활한 상술만이 그가 신봉하는 지상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로 홍역을 치렀지만, 이건 앞으로 닥쳐올 ‘트럼프 쓰나미’의 시작일 뿐일지도 모른다. 북핵·통상 문제만 부각되면서 표면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거세게 밀어붙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과정에서 보여준 트럼프의 안하무인을 보면 사드보다 훨씬 더 큰 압박이 들어올 것이다. 동북아 축과 군사적 측면만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닮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3인방’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이 미국 외교안보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칼날의 양면과 같다. 트럼프의 충동적 기질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마지막 방화벽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전쟁터에서 평생을 보낸 이들은 ‘전쟁은 가능한 한 피하되, 전쟁이 발발하면 반드시 이긴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다. 매티스 장관 등이 지금까지는 한반도 상황을 진정시키는 쪽으로 노력해온 점을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워싱턴 주류의 대중국 강경 분위기와 군부의 이해를 대변하는 쪽으로 정책결정을 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중국과 시끄럽게 무역전쟁을 벌였다면, 이들은 북핵 문제를 고리로 조용히 중국의 부상에 대한 군사적 억지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군사적 측면의 대비 전략은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우리한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오바마 때도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중국 견제를 이들에게 하청 주는 전략을 폈다. 트럼프 행정부 때는 이와 비슷한 기조 속에서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과 난폭성, 정책의 비일관성과 참모들의 비전문성까지 겹쳐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앞으로 한국이 마주하게 될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일 3국 간 군수·정보 협력을 강화하자고 요청하겠지만, 실은 강요할 것이다. 트럼프가 사드 1개 포대를 추가배치하라고 트위터를 날릴 수도 있다. 그는 사드가 “하늘을 나는 멋진 무기”라는 단선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다.(물론 이때는 노골적으로 한국이 돈을 대라고 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사용권을 내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미-중 패권의 백병전 전장이 돼버린 한국에서 우리는 저지선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누구의 표현대로 미국뿐 아니라 중국한테도 “기는 것뿐 아니라, 짖으라고 하는 대로 짖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에 기면 중국에도 기게 돼 있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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