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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21 18:24 수정 : 2017.09.21 20:23

김외현
베이징 특파원

중국 정치는 한달 뒤 개막하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시작으로 내년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까지 이어지면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지도부 및 고위 인사들이 상당수 교체된다. 한국에 빗대자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한번에 치르는 초대형 메가톤급 정치 이벤트라고 할 만하다.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정치 거물들을 둘러싼 다양한 쑥덕공론이 나오는 건 자연스럽다. 한국 같은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 전 자주 나타나는 ‘네거티브 공격’이 대표적인 예다. 후보들이 스스로 공격의 전선에 서기도 하고, 언론이 더불어 후보 검증의 구실을 맡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정보가 새롭게 공개되고 보태지면서 한 인물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여론이 형성되고, 정치적 승패로 이어진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 쑥덕공론은 비밀스럽고 조심스럽다. 자칫 정치적 견해를 내비쳤다가 닥쳐올 수 있는 후과를 염려한 것일까. 문화대혁명의 상흔과 기억은 아직도 남아 있다. 정치 이벤트의 본질은 격렬한 권력투쟁이고, 문혁은 평범한 백성도 꼬투리가 잡힐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언젠가 한-중 기자 교류행사에 참석했다는 중국 기자는 “한국 기자들은 처음 보는 중국 기자들에게 시진핑-리커창 갈등설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묻더라. 우리를 그렇게 모르나”라며 한탄했다.

정치에 무지와 무관심을 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쩌면 땅덩이가 크고 행정력이 구석구석 미치지 못하는 환경에서 형성된 오랜 전통인지도 모른다. 옛이야기에, 어느 날 군인들이 혁명에 성공해 기뻐하며 “우리가 이겼다!”라며 방방 뛰었다 한다. 그러자 밭을 갈던 촌로가 시큰둥한 얼굴로 바라보며 “이제 세금을 당신들에게 내면 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던가.

당국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중국 매체들이 알면서도 기사는 쓰지 못하는 사이, 정치 기사는 나라 밖 외신에서나 자주 등장한다. 정치의 계절에 쏟아지는 외신 특종 중에서도 안팎의 호평을 고루 받는 건 홍콩 매체들이다. 중국 경험이 풍부한 한 외신기자는 “홍콩 사람들은 중국어 이해도가 다른 외국인들보다 높을 뿐 아니라, 대륙(중국) 출신들이 친척들을 통하는 등 취재 경로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정작 홍콩 기자는 “다 옛날 얘기다. 지금 우린 중국 기자들만큼 중국을 많이 알지도 못하고, 외국 기자들처럼 신선한 시선도 없다”며 “중국 사람들은 이젠 우릴 잘 믿지도 않는다”고 한다. 일반적인 인식은 다르다. 올 상반기 성행했던 정치 드라마 <인민의 명의>(인민의 이름으로)에서도, 홍콩 기자들은 풍부한 경험을 통해 중국 정치의 내막을 깊이 이해하는 것으로 다뤄지고, 다른 외신기자들은 사정도 잘 모르면서 중국의 나쁜 것만 찾아 보도해 중국의 세계적인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존재로 묘사된다.

홍콩 <명보>는 당대회를 정확히 한달 앞둔 지난 18일 “오늘부터 당대회 개막 전까지 독자들을 위해 최신 인사 동향과 정세 변화를 소개하겠다”고 선언하고, 지면 한 귀퉁이에 ‘D-30’을 적어넣었다. 이날 이 신문은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의 용퇴 전망을 보도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명보>를 비롯한 홍콩 언론들은 앞으로 차기 지도부 구성과 권력의 흐름에 대한 눈부신 특종을 선보일 것으로 믿는다.

한국 언론은 이 분야에서 이렇다 할 큰 성과를 못 낸 게 현실이어서, 스스로 좀 부끄럽기도 하다. 제3국의 한 기자는 홍콩 매체들의 중국 내 활약을 높이 평가하면서, 동시에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당신도 평양 특파원으로 파견된다면, 베이징의 홍콩 기자들처럼 훌륭한 특종을 많이 할 거라고 믿어.”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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