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 행정부 고위인사들이 대북 ‘군사옵션’을 잇따라 거론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 가능성에 다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과 미국 언론은 ‘군사옵션’이라는 얘기만 나오면 자판기처럼 대서특필하며 긴장고조를 거든다. ‘전쟁의 망령’ 뒤에는 군사옵션 개념에 대한 혼선,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의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침소봉대해서도 안 된다. 그건 제 살 깎아먹기다. 100% 자신할 수는 없지만, 취재와 미 당국자들의 발언 등을 종합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군사옵션’의 개념은 선제타격이나 예방전쟁, 지상군 파견, 참수작전 등처럼 실제로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키네틱(kinetic·물리적) 옵션’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 무력시위, 억지, 심리전 등을 포괄한다. 물리적 옵션은 북한의 보복으로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옵션들과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금 벌어지는 혼란의 상당부분은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 데서 온다. 2.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하면서도 의도적으로 군사옵션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상대방(북한이나 중국)의 불안감을 극대화해 행동반경과 수단을 제한하는 모호성 전략의 특징이다. 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물리적 옵션을 포함해 모든 대북 군사옵션을 검토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정황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국 전문가들에게 “군사옵션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나 국방부 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4. 그러나 미국이 당장 취할 수 있는 대북 군사옵션이 물리적 옵션이 아닌 것은 명확하다.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군사옵션들에 대한 논의 결과, ‘어떤 물리적 옵션도 서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복수의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 행정부 사정을 잘 아는 핵심 소식통은 “현재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군사옵션은 무력시위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5. 미 고위 당국자들도 최근 솔직하게 여러차례 이런 사실을 시인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정밀타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마크 밀리 육군참모총장도 지난 9일 “좋고 쉬우며 위험 없는 옵션은 없다. 그런 옵션은 지극히 어렵고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때 옵션은 물리적 군사옵션이다. 6.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지난달 18일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군사옵션이 존재하냐’는 질문에 “그렇다”(Yes)고 대답한 것은 사실이다. 기자의 질문이 좋았다. 매티스 장관이 ‘있다’, ‘없다’만 답변하도록 옭아맸다. 매티스 장관이 ‘없다’고 답했다면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취해온 모호성 전략은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도 ‘물리적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냐’는 추가질문에는 “그 얘기는 더 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7. ‘1%’의 가능성이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보복과 한국의 대량 인명 손실, 중국의 전쟁 개입, 국제적 신뢰의 붕괴 등 엄청난 대가를 감수하고 대북 물리적 타격을 결정하면 한국 정부와 협의를 안 할 수가 없다. 전면전에 대비해야 하므로 엄청난 지상군, 한국군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991년 걸프전 때 미군은 43만명을 포함해 다국적군 68만명을 집결시켰다. yyi@hani.co.kr
칼럼 |
[특파원 칼럼] 트럼프의 군사옵션 가능성에 대한 메모 / 이용인 |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 행정부 고위인사들이 대북 ‘군사옵션’을 잇따라 거론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 가능성에 다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과 미국 언론은 ‘군사옵션’이라는 얘기만 나오면 자판기처럼 대서특필하며 긴장고조를 거든다. ‘전쟁의 망령’ 뒤에는 군사옵션 개념에 대한 혼선,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의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침소봉대해서도 안 된다. 그건 제 살 깎아먹기다. 100% 자신할 수는 없지만, 취재와 미 당국자들의 발언 등을 종합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군사옵션’의 개념은 선제타격이나 예방전쟁, 지상군 파견, 참수작전 등처럼 실제로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키네틱(kinetic·물리적) 옵션’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 무력시위, 억지, 심리전 등을 포괄한다. 물리적 옵션은 북한의 보복으로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옵션들과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금 벌어지는 혼란의 상당부분은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 데서 온다. 2.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하면서도 의도적으로 군사옵션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상대방(북한이나 중국)의 불안감을 극대화해 행동반경과 수단을 제한하는 모호성 전략의 특징이다. 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물리적 옵션을 포함해 모든 대북 군사옵션을 검토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정황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국 전문가들에게 “군사옵션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나 국방부 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4. 그러나 미국이 당장 취할 수 있는 대북 군사옵션이 물리적 옵션이 아닌 것은 명확하다.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군사옵션들에 대한 논의 결과, ‘어떤 물리적 옵션도 서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복수의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 행정부 사정을 잘 아는 핵심 소식통은 “현재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군사옵션은 무력시위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5. 미 고위 당국자들도 최근 솔직하게 여러차례 이런 사실을 시인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정밀타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마크 밀리 육군참모총장도 지난 9일 “좋고 쉬우며 위험 없는 옵션은 없다. 그런 옵션은 지극히 어렵고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때 옵션은 물리적 군사옵션이다. 6.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지난달 18일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군사옵션이 존재하냐’는 질문에 “그렇다”(Yes)고 대답한 것은 사실이다. 기자의 질문이 좋았다. 매티스 장관이 ‘있다’, ‘없다’만 답변하도록 옭아맸다. 매티스 장관이 ‘없다’고 답했다면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취해온 모호성 전략은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도 ‘물리적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냐’는 추가질문에는 “그 얘기는 더 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7. ‘1%’의 가능성이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보복과 한국의 대량 인명 손실, 중국의 전쟁 개입, 국제적 신뢰의 붕괴 등 엄청난 대가를 감수하고 대북 물리적 타격을 결정하면 한국 정부와 협의를 안 할 수가 없다. 전면전에 대비해야 하므로 엄청난 지상군, 한국군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991년 걸프전 때 미군은 43만명을 포함해 다국적군 68만명을 집결시켰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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