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제2차 내각’ 출범 다음날인 2012년 12월27일 기고 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올린 글에서 “태평양에서의 평화, 안정, 항행의 자유는 인도양에서의 평화, 안정, 항행의 자유와 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논리를 근거로 “인도양 지역에서 서태평양에 이르는 해양의 공통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일본, 미국 하와이가 ‘다이아몬드’를 형성하는 전략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동맹’이란 말의 어원은 여기서 시작됐다. 3일(현지시각) 시작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2일간에 걸친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전략으로 ‘다이아몬드 동맹’이 급부상하고 있다. 너무 강한 어감 때문에 일본 정부도 그 이후엔 ‘다이아몬드 동맹’이란 말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베 총리의 다이아몬드 구상을 빼닮았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18일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 즉 다이아몬드 구상의 집약판이다. 틸러슨 장관은 “평화와 안보, 항행의 자유, 자유롭고 공개적인 사회구조를 공유한 미국과 인도가 인도-태평양 동쪽과 서쪽의 등불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앨리스 웰스 미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차관보 대행도 지난달 27일 “조만간 실무급 4자 회담의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에서도 ‘4개국 안보대화’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언급할 때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란 말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동맹’이란 이름은 2012년 말에 붙여졌지만, 기원을 따져보면 아베 총리가 2007년 8월 인도 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4개국 안보대화’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적극 지지했다. 4개국 안보대화는 중국이 파키스탄, 미얀마 등 인도양 주변 국가에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면서 인도양 진출의 전략적 거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진주목걸이 전략)에 대한 대항 차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의 정권이 바뀌면서 ‘4개국 안보대화’는 흐지부지됐다. 아베 총리는 2015년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공개되자 다시 한번 다이아몬드 전략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의 집요함을 엿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베 총리의 다이아몬드 구상을 수용한 것은 아이러니다. 민주주의나 인권 등의 가치보다는 현실주의적인 외교정책을 앞 순위에 뒀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구상은 중국이 비민주주의적이라는 전제하에 ‘자유롭고 개방된 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대외정책과 결이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을 일본이 짜주고 있다’는 소문이 워싱턴에 떠돌고 있는 것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다이아몬드 구상이 어느 수위까지 진척될지는 불확실하다. 최종 목표는 4개국 정상회의이지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부패가 심하고 인권 수준이 낮다고 평가받는 인도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을 만큼 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도 있다. 또한 인도나 오스트레일리아 모두 중국과 깊은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어 한쪽으로 쏠리는 외교관계를 경계한다.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는 있다. 중국의 반응 강도에 따라 미-중 관계에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고, 한국이 미-중 양쪽으로부터 세력 편입을 강요하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yyi@hani.co.kr
칼럼 |
[특파원 칼럼] 트럼프-아베 정부의 닮은꼴 아시아 전략 / 이용인 |
워싱턴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제2차 내각’ 출범 다음날인 2012년 12월27일 기고 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올린 글에서 “태평양에서의 평화, 안정, 항행의 자유는 인도양에서의 평화, 안정, 항행의 자유와 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논리를 근거로 “인도양 지역에서 서태평양에 이르는 해양의 공통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일본, 미국 하와이가 ‘다이아몬드’를 형성하는 전략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동맹’이란 말의 어원은 여기서 시작됐다. 3일(현지시각) 시작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2일간에 걸친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전략으로 ‘다이아몬드 동맹’이 급부상하고 있다. 너무 강한 어감 때문에 일본 정부도 그 이후엔 ‘다이아몬드 동맹’이란 말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베 총리의 다이아몬드 구상을 빼닮았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18일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 즉 다이아몬드 구상의 집약판이다. 틸러슨 장관은 “평화와 안보, 항행의 자유, 자유롭고 공개적인 사회구조를 공유한 미국과 인도가 인도-태평양 동쪽과 서쪽의 등불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앨리스 웰스 미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차관보 대행도 지난달 27일 “조만간 실무급 4자 회담의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에서도 ‘4개국 안보대화’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언급할 때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란 말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동맹’이란 이름은 2012년 말에 붙여졌지만, 기원을 따져보면 아베 총리가 2007년 8월 인도 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4개국 안보대화’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적극 지지했다. 4개국 안보대화는 중국이 파키스탄, 미얀마 등 인도양 주변 국가에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면서 인도양 진출의 전략적 거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진주목걸이 전략)에 대한 대항 차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의 정권이 바뀌면서 ‘4개국 안보대화’는 흐지부지됐다. 아베 총리는 2015년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공개되자 다시 한번 다이아몬드 전략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의 집요함을 엿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베 총리의 다이아몬드 구상을 수용한 것은 아이러니다. 민주주의나 인권 등의 가치보다는 현실주의적인 외교정책을 앞 순위에 뒀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구상은 중국이 비민주주의적이라는 전제하에 ‘자유롭고 개방된 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대외정책과 결이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을 일본이 짜주고 있다’는 소문이 워싱턴에 떠돌고 있는 것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다이아몬드 구상이 어느 수위까지 진척될지는 불확실하다. 최종 목표는 4개국 정상회의이지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부패가 심하고 인권 수준이 낮다고 평가받는 인도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을 만큼 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도 있다. 또한 인도나 오스트레일리아 모두 중국과 깊은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어 한쪽으로 쏠리는 외교관계를 경계한다.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는 있다. 중국의 반응 강도에 따라 미-중 관계에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고, 한국이 미-중 양쪽으로부터 세력 편입을 강요하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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