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특파원 “아베 총리는 앞으로 여러 (미국) 군사장비를 구입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F-35는 세계 최고의 전투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박3일 일본 방문 중 했던 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은 ‘미제 무기’ 자랑이었다. 지난 6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8월과 9월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 미사일을 일본이 격추하지 않은 데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말을 했다. 동맹국인 한국이나 일본을 위한 종합적 안보 대책이 아니라 미제 무기를 사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의 단순한 발언을 거침없이 했다. 아시아 순방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무기를 포함한 미국산 물건을 얼마나 아시아에 더 팔 수 있을지에 철저하게 맞춰져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철판구이집에서 와규 스테이크를 대접하고, 세계 랭킹 4위 선수까지 섭외해서 같이 골프도 치며 극진한 접대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즐기면서도 어디까지나 미국에 유리한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는 듯 보였다. 아베 정부도 어느 정도는 각오한 듯 보였다. 미국 무기 선전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미국 방위장비를 (이미) 많이 도입했다. 일본 방위력을 질적 양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 방일 이전에도 일본 내에서는 미국산 무기 도입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최근 F-35 전투기 등 첨단 무기를 팔 때 ‘대외유상군사원조’(FMS. Foreign Military Sales)라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대외유상군사원조는 미국 정부가 군수업체 대신 상대국 정부와 직접 무기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무기 가격은 미국 정부가 결정하고 납기는 연기할 수 있지만, 대금 지급은 사전에 해야 한다는 식이다. 일본이 이 방식으로 들여온 미국 무기는 2011년 589억엔어치였으나 내년 방위성 요구액은 4804억엔으로 8배로 증가했다. 대외유상군사원조 방식 무기 조달 증가로 일본 방위산업이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본이 미국에 저자세를 취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되도록 맞춰주는 이유는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려면 미국과의 동맹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단독 재무장도, 스위스 같은 중립국 체제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니 미-일 동맹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아시아의 일원이니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유대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미-일 동맹이 기본이라는 우선순위에는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나칠 정도로 밀착하는 아베 총리의 행보에는 이런 일본의 계산이 철저하게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한국에서 일본엔 2박3일을 체류하는데 왜 한국은 1박2일이냐, 한-미 동맹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 ‘코리아 패싱’(한반도 주요 안보 문제에서 한국을 배제)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일본 언론도 트럼프 방일이 다가오자 한국 언론을 인용 보도하며 코리아 패싱을 들먹였다. 물론 한-미 동맹은 한국의 안보환경을 고려했을 때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한-미 동맹이나 미-일 동맹이나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리고 초강대국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으며 대가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한-미 동맹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고 신성시한다면 미국은 지금보다 더 많은 대가를 거침없이 요구할 것이다. garden@hani.co.kr
칼럼 |
[특파원 칼럼] 동맹은 목적이 아니다 / 조기원 |
도쿄 특파원 “아베 총리는 앞으로 여러 (미국) 군사장비를 구입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F-35는 세계 최고의 전투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박3일 일본 방문 중 했던 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은 ‘미제 무기’ 자랑이었다. 지난 6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8월과 9월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 미사일을 일본이 격추하지 않은 데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말을 했다. 동맹국인 한국이나 일본을 위한 종합적 안보 대책이 아니라 미제 무기를 사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의 단순한 발언을 거침없이 했다. 아시아 순방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무기를 포함한 미국산 물건을 얼마나 아시아에 더 팔 수 있을지에 철저하게 맞춰져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철판구이집에서 와규 스테이크를 대접하고, 세계 랭킹 4위 선수까지 섭외해서 같이 골프도 치며 극진한 접대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즐기면서도 어디까지나 미국에 유리한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는 듯 보였다. 아베 정부도 어느 정도는 각오한 듯 보였다. 미국 무기 선전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미국 방위장비를 (이미) 많이 도입했다. 일본 방위력을 질적 양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 방일 이전에도 일본 내에서는 미국산 무기 도입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최근 F-35 전투기 등 첨단 무기를 팔 때 ‘대외유상군사원조’(FMS. Foreign Military Sales)라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대외유상군사원조는 미국 정부가 군수업체 대신 상대국 정부와 직접 무기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무기 가격은 미국 정부가 결정하고 납기는 연기할 수 있지만, 대금 지급은 사전에 해야 한다는 식이다. 일본이 이 방식으로 들여온 미국 무기는 2011년 589억엔어치였으나 내년 방위성 요구액은 4804억엔으로 8배로 증가했다. 대외유상군사원조 방식 무기 조달 증가로 일본 방위산업이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본이 미국에 저자세를 취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되도록 맞춰주는 이유는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려면 미국과의 동맹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단독 재무장도, 스위스 같은 중립국 체제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니 미-일 동맹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아시아의 일원이니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유대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미-일 동맹이 기본이라는 우선순위에는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나칠 정도로 밀착하는 아베 총리의 행보에는 이런 일본의 계산이 철저하게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한국에서 일본엔 2박3일을 체류하는데 왜 한국은 1박2일이냐, 한-미 동맹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 ‘코리아 패싱’(한반도 주요 안보 문제에서 한국을 배제)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일본 언론도 트럼프 방일이 다가오자 한국 언론을 인용 보도하며 코리아 패싱을 들먹였다. 물론 한-미 동맹은 한국의 안보환경을 고려했을 때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한-미 동맹이나 미-일 동맹이나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리고 초강대국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으며 대가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한-미 동맹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고 신성시한다면 미국은 지금보다 더 많은 대가를 거침없이 요구할 것이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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