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박근혜 탄핵’이 없었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은 다소 우스운 모양새가 됐을 것이다. 개회식은 박 전 대통령이, 폐회식은 올해 12월 새로 선출되었을 대통령이 참석해야 했다. 더 심각했던 것은, 떠나는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신경썼을 리 만무하고, 새로 온 대통령이 잘못을 바로잡을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내부에서는 이런 정치일정 탓에 이미 구심력이 뚝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하면서 평창올림픽은 다시 정치적 동력을 얻었다. 평창올림픽을 위해선 천만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됐든 삼수 끝에 일궈낸 동계올림픽 유치이니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리없이 치러내야 한다. 예기치 않게 평창올림픽의 부담을 오롯이 떠안은 문재인 정부는 거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재외동포들에게도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하고 있다. 여러모로 자칫하면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위험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평창올림픽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평화 올림픽’이다. 상황은 좋지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던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대화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아슬아슬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전략도 인내도 없는’ 정책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보낸 대북 메시지와 참모들의 발언들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였다. 북한에 협상 메시지를 던지는 듯 보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북한 붕괴를 추구하는 듯한 발언들도 속에 감춰져 있었다. 군사적 위협이 더해져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보다 더 위험하다고 일부 워싱턴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말처럼 외교의 기회는 좁지만 여전히 열려 있다고 믿고 싶다. 북-미 전문가 대화에 참여해온 수잰 디마지오 뉴아메리카재단 국장은 최근 <폴리티코>와 한 인터뷰에서 최선희 북한 북미국장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제재 해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욕적 발언 중지 등 3대 의제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내건 의제들은 협상 전 기싸움 성격의 ‘초기 조건’들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북한이 실제 이런 목표들을 모두 관철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아마추어 협상가이거나 협상을 피하려는 핑계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협상을 하다 보면 한-미 연합훈련은 시기와 내용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북한도 일거에 대북제재 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순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워싱턴에선 최근 한-중 간 사드 합의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중국으로 기울기’(중국 경사론)를 경계하는 기류가 있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익히 들어온 얘기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12일 <월스트리트 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과거에는 실제로 중국의 일부였다더라”고 발언한 것과 겹쳐져 유쾌하지는 않다. 중국 경사론이 정말 걱정된다면 미국 조야는 ‘평화 올림픽’에 힘을 보탰으면 한다. 틸러슨 장관이 밝힌 북한과의 ‘비공식 대화(conversation)’의 시작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중국이 한국의 평창올림픽 걱정을 파고들어 시 주석 참석이나 중국 관광객 대거 참여 등 대대적인 ‘평창 평화외교’ 공세를 펼친다면 한국민들의 정서는 실제 중국으로 기울 수도 있다. yyi@hani.co.kr
칼럼 |
[특파원 칼럼] 워싱턴이 ‘중국 경사론’ 걱정한다면 / 이용인 |
워싱턴 특파원 ‘박근혜 탄핵’이 없었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은 다소 우스운 모양새가 됐을 것이다. 개회식은 박 전 대통령이, 폐회식은 올해 12월 새로 선출되었을 대통령이 참석해야 했다. 더 심각했던 것은, 떠나는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신경썼을 리 만무하고, 새로 온 대통령이 잘못을 바로잡을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내부에서는 이런 정치일정 탓에 이미 구심력이 뚝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하면서 평창올림픽은 다시 정치적 동력을 얻었다. 평창올림픽을 위해선 천만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됐든 삼수 끝에 일궈낸 동계올림픽 유치이니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리없이 치러내야 한다. 예기치 않게 평창올림픽의 부담을 오롯이 떠안은 문재인 정부는 거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재외동포들에게도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하고 있다. 여러모로 자칫하면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위험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평창올림픽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평화 올림픽’이다. 상황은 좋지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던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대화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아슬아슬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전략도 인내도 없는’ 정책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보낸 대북 메시지와 참모들의 발언들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였다. 북한에 협상 메시지를 던지는 듯 보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북한 붕괴를 추구하는 듯한 발언들도 속에 감춰져 있었다. 군사적 위협이 더해져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보다 더 위험하다고 일부 워싱턴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말처럼 외교의 기회는 좁지만 여전히 열려 있다고 믿고 싶다. 북-미 전문가 대화에 참여해온 수잰 디마지오 뉴아메리카재단 국장은 최근 <폴리티코>와 한 인터뷰에서 최선희 북한 북미국장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제재 해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욕적 발언 중지 등 3대 의제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내건 의제들은 협상 전 기싸움 성격의 ‘초기 조건’들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북한이 실제 이런 목표들을 모두 관철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아마추어 협상가이거나 협상을 피하려는 핑계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협상을 하다 보면 한-미 연합훈련은 시기와 내용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북한도 일거에 대북제재 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순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워싱턴에선 최근 한-중 간 사드 합의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중국으로 기울기’(중국 경사론)를 경계하는 기류가 있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익히 들어온 얘기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12일 <월스트리트 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과거에는 실제로 중국의 일부였다더라”고 발언한 것과 겹쳐져 유쾌하지는 않다. 중국 경사론이 정말 걱정된다면 미국 조야는 ‘평화 올림픽’에 힘을 보탰으면 한다. 틸러슨 장관이 밝힌 북한과의 ‘비공식 대화(conversation)’의 시작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중국이 한국의 평창올림픽 걱정을 파고들어 시 주석 참석이나 중국 관광객 대거 참여 등 대대적인 ‘평창 평화외교’ 공세를 펼친다면 한국민들의 정서는 실제 중국으로 기울 수도 있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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