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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8 18:20 수정 : 2018.02.08 22:27

조기원
도쿄 특파원

지난달 31일 밤 11시40분께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 히가시구에 있는 생활보호대상자 자립 지원 시설 ‘소셜하임’에서 불이 나 입소자 16명 가운데 11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희생자 중 1명은 48살이었고, 다른 희생자는 모두 60대에서 80대의 고령자들이었다.

불이 난 소셜하임은 ‘난모사서포트’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시설로, 원래는 새로운 주거지나 취직 자리를 찾기 전에 사람들이 임시로 입소하는 곳이었다. 화재 경보 장치는 설치되어 있었지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하숙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었다.

사건 뒤 조사 과정에서 1층에 난방용 등유 통이 다량 보관되어 있었던 사실도 드러나, 시 조례 위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삿포로시는 소셜하임 입소자 상당수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였으며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사실이 있으니 법적으로 당국에 신고 대상이 되는 사실상 ‘양로원’으로 운영됐는지 여부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 양로원으로 분류되면 스프링클러 미설치는 법률 위반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소셜하임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강하지 않다. 소셜하임이 50년도 넘은 낡고 화재 대비도 취약한 건물에 고령자들을 수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시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고령자들을 받아주는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한달 임대료 3만6000엔(약 36만원)에 일부 식사까지 제공했던 소셜하임이 화재 대비에 필요한 시설을 모두 갖추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도 있었다.

소셜하임 같은 시설은 일본에 12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시설들은 대부분 낡고 허름한 건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상존한다. 지난해 5월에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던 기타큐슈시 아파트에서 불이 나서 50~80대 남성 6명이 숨졌다.

일본에서 가난한 고령자들이 살 집을 찾지 못해서 곤란을 겪는 일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집주인들은 의지할 곳 없는 고령자는 고독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임대 자체를 꺼린다. 일본에서 집을 빌리려면 보증인을 세우거나 보증회사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애초부터 의지할 데가 마땅치 않은 고령자가 보증인을 찾기도 어렵고 보증회사도 계약을 꺼린다. 보증회사도 고령자가 고독사할 경우 상당한 비용을 집주인에게 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고령자들이 살 만한 저렴한 임대주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엔에이치케이>(NHK)는 임대료가 월 5만엔(약 50만원) 이하인 임대주택이 1983년 1158만호 정도였으나 2013년에는 817만호로 점점 줄고 있다고 전했다. 저렴한 임대주택은 일본 경제의 고도성장 시기에 지은 건물이 많은데, 집주인들이 최근 노후화된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지어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

낡은 집이 헐리면서 새 집을 구하지 못하는 ‘퇴거 표류’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본 공영주택은 전체 주택 중 3.8%로 선진국 중에서는 낮은 수준이라 고령자들도 들어가기가 어렵다. 또한 인구 감소 추세라서 지방자치단체들도 공영주택을 계속 늘리기도 어렵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서 한국의 66~75살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 76살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60.2%로 비교 대상 38개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라고 밝혔다. 주거 문제를 포함한 고령자 문제에 한국은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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