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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18 17:54 수정 : 2018.10.18 20:53

김외현
베이징 특파원

“본질을 알아도 쓸 수 없다. 배후는 모르는 체하고 겉모습만 다룬다. 많은 경우 자기검열을 한다. 몇 년 전엔 정치 뉴스를 못 쓰게 됐고, 나중엔 경제 뉴스를 못 쓰게 됐고, 이젠 연예 뉴스도 못 쓴다. 언론은 늦가을 매미처럼 아무 소리를 못 낸다. 너무 절망적이다.”

홍콩의 한 매체가 최근 중국 내 언론 종사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보도했다. 중국의 언론 자유가 밑바닥 수준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당사자들의 설명으로 엿본 실상은 참담했다.

검열은 일상이다. ‘보도지침’은 중앙 및 지역 정부에서 팩스 등으로 들어온다. 각 부서 담당자가 저마다 쫓아가서 손으로 적어 온다.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여전히 ‘수기’ 방식을 선호한다.

국내 정치 보도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한때 다뤄지던 ‘죽은 호랑이’(거물 권력층 부패 사건) 보도도 이젠 찾기 힘들다. 특종을 쫓아다니는 기자도 없다. 외국 정치도 꺼리는 주제다. 시진핑 주석의 임기 제한이 철폐된 올해 초 헌법 개정 때는 ‘푸틴의 러시아’처럼 독재를 시사하는 외국 정치체제를 보도할 수 없었다.

큰 사회적 이슈도 어느 순간부터 보도를 줄인다. 아무리 관심이 높아도 정부 비판으로 불똥이 튀기 전에 통제한다. 의약품 공급 관리의 문제점을 제기한 상반기 흥행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상영 나흘째부터 기사를 쓸 수 없었다. 포털사이트 등에서 ‘많이 본 뉴스’ 상위권에 오른 기사도 관리를 받는다. 10위권에 들어가면 인위적으로 순위를 떨어뜨려 밀어내면서 ‘여론화’를 막는다.

경제 및 산업 보도가 통제받는 상황도 점점 늘어난다. 보도지침은 미-중 무역전쟁 초기에 강한 태도를 주문하더니, 나중엔 ‘무역전쟁’이라는 표현도 쓰지 못하게 했다. 지금은 ‘무역마찰’이라고 쓰지만, 상세한 상황은 보도하지 않는다. 중국 매체에 팩트는 없이 “우리는 정당하고 우리는 이길 수 있다”는 다짐만 가득한 이유가 있었다.

많은 언론사들은 정치, 경제 뉴스를 포기하고 연예매체로 전환했다. 가장 잘나가는 연예인들을 다루려 했지만, 최근 뜨거웠던 힙합은 반항과 욕설 탓에 보도할 수 없었다. ‘한한령’ 탓에 한국 연예계 기사도 금지됐다. 연예계 뒷이야기를 다루더라도 불륜 등 자극적 화제는 안 된다. ‘미담’이 주요 뉴스가 될 수밖에 없다.

기사가 완성되면 맞춤법 검사처럼 ‘민감 단어 검색기’를 돌려보고, ‘민감 단어’가 없을 때까지 수정을 반복한다. 전문 교정원이 맡기도 한다. 그래도 최종적으로 보도하기 힘들 때가 있다. 편집자는 취재기자를 불러 일시적으로 기사를 내보낸 뒤 “얼른 캡처해. 이젠 못 볼 테니까”라고 위로한다.

좌절한 젊은 기자들은 이직을 택한다. 그들의 자리는 더 젊은 기자들이 메우고, 그들이 다시 좌절하고 떠나면 또 새로운 이들이 온다. 젊음만 있을 뿐 활력도 경륜도 없는 상태가 이어진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월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는 자국 언론사들을 교육하고 단속해야 한다”는 말로 외국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전날 중-일 정부 회의 대표 취재단(풀)에 극우 <산케이신문>이 들어가지 못해 생긴 논란에 대한 대응이었지만, 언론 독립의 관점에서 ‘정부의 교육과 단속’은 기자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수사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언론을 교육하고, 이를 통해 전 사회를 단속한다. 30대 공산당원은 “중국 관영매체는, 중국 지도자들은 인민을 위해 바쁘고, 그래서 중국 인민은 행복한데, 외국은 재난과 사건 사고로 힘들다는 3단 논리를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를 비롯한 외국이 중국을 제대로 읽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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