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폭탄 배달된 거 봤죠? 트럼프가 온 세상에 증오를 퍼뜨리고 있는 거예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반트럼프’ 인사들에게 폭발물 소포가 배달됐다는 뉴스로 미국이 아침부터 술렁이던 지난달 24일, 미국의 한 전문가는 점심 테이블에 마주앉자마자 이 말을 꺼냈다. 그는 “그 사람은 ‘이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 거다. 나는 공화당을 지지하지만 트럼프는 싫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민주당 지지자한테서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 한 백인 여성이 기자에게 먼저 꺼낸 게 폭탄 얘기다. “폭탄이 배달됐다는데 트럼프는 지금 이 시간에 유세(위스콘신주)를 한다죠. 그 사람이 무슨 말 할지도 알아요. ‘이거 내가 한 거 아니다.’” 이들 말대로였다. 이날 낮부터 대다수 언론이 폭발물 소포의 한 원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온 분열과 증오의 언사를 꼽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단결해야 할 때”라고 하면서 “언론도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끝없는 적대감, 부정적인 거짓 공격을 중단할 책임이 있다”고 언론으로 화살을 돌렸다. 그러고 사흘 뒤 27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서 반유대주의자의 총기 난사 참사가 벌어졌다.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범죄의 측면과 미국의 난제인 총기 규제 문제까지 얽힌, 복잡하고 파장 큰 사건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험구’를 잠시도 참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정치 폭력 측면에서 만들어낸 환경”을 이들 사건의 배경으로 꼽는 비판자를 “금방 돈 다 떨어질 미치광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계속 “가짜뉴스” 때리기다. 개인적으로, 워싱턴에서 보내고 있는 시간들은 트럼프 시대 들어 황폐해진 미국 사회를 체험해가는 기간이다. 동료 기자는 트럼프 후보 시절 유세 취재를 갔을 때 “여기 있는 백인들 위험하니 내 옆에 있으라”는 ‘마음 좋은’ 미국인을 만나 다행이었다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한 현지인은 백악관 앞에서 열린 백인우월주의자들 집회에 취재 가려는 기자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한 교민은 “길을 걸어가는데 백인이 나더러 ‘저리 꺼지라’고 대놓고 소리치는 걸 트럼프 정부 들어서 처음 경험했다”며 “백인들이 소수인종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게 아무렇지 않은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난 폭도들에게 돈을 대는 사람”으로 지목한 조지 소로스의 아들 알렉산더는 최근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사람들이 생각을 말했다가 개인적 적대감과 소셜미디어에서의 증오 메시지, 살해 협박에 놓이는 게 너무나 ‘정상’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노골적으로 ‘공포와 분노’ 전략으로 나섰다. 미국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중미 사람들을 “침략자”, “범죄자”로 부르고, 그들이 미국-멕시코 국경에 닿으려면 몇달이 걸릴지 모르는데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고 있으며, 헌법에 명시된 ‘출생 시민권’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없애버리겠다고 나섰다. 끊임없이 공격 대상을 찾아 악마화하고,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끌어와서 증오와 분열을 부추긴다. 중간선거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짚어볼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기자에게 “품위와 공감의 미국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공화당 쪽의 한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막말하고 품격 없는 사람인 거 몰랐나? 다 알면서도 대통령으로 찍어준 게 미국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 속이 궁금하다. jaybee@hani.co.kr
칼럼 |
[특파원 칼럼] “트럼프 이런 사람인 거 몰랐어요?” / 황준범 |
워싱턴 특파원 “폭탄 배달된 거 봤죠? 트럼프가 온 세상에 증오를 퍼뜨리고 있는 거예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반트럼프’ 인사들에게 폭발물 소포가 배달됐다는 뉴스로 미국이 아침부터 술렁이던 지난달 24일, 미국의 한 전문가는 점심 테이블에 마주앉자마자 이 말을 꺼냈다. 그는 “그 사람은 ‘이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 거다. 나는 공화당을 지지하지만 트럼프는 싫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민주당 지지자한테서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 한 백인 여성이 기자에게 먼저 꺼낸 게 폭탄 얘기다. “폭탄이 배달됐다는데 트럼프는 지금 이 시간에 유세(위스콘신주)를 한다죠. 그 사람이 무슨 말 할지도 알아요. ‘이거 내가 한 거 아니다.’” 이들 말대로였다. 이날 낮부터 대다수 언론이 폭발물 소포의 한 원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온 분열과 증오의 언사를 꼽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단결해야 할 때”라고 하면서 “언론도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끝없는 적대감, 부정적인 거짓 공격을 중단할 책임이 있다”고 언론으로 화살을 돌렸다. 그러고 사흘 뒤 27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서 반유대주의자의 총기 난사 참사가 벌어졌다.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범죄의 측면과 미국의 난제인 총기 규제 문제까지 얽힌, 복잡하고 파장 큰 사건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험구’를 잠시도 참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정치 폭력 측면에서 만들어낸 환경”을 이들 사건의 배경으로 꼽는 비판자를 “금방 돈 다 떨어질 미치광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계속 “가짜뉴스” 때리기다. 개인적으로, 워싱턴에서 보내고 있는 시간들은 트럼프 시대 들어 황폐해진 미국 사회를 체험해가는 기간이다. 동료 기자는 트럼프 후보 시절 유세 취재를 갔을 때 “여기 있는 백인들 위험하니 내 옆에 있으라”는 ‘마음 좋은’ 미국인을 만나 다행이었다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한 현지인은 백악관 앞에서 열린 백인우월주의자들 집회에 취재 가려는 기자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한 교민은 “길을 걸어가는데 백인이 나더러 ‘저리 꺼지라’고 대놓고 소리치는 걸 트럼프 정부 들어서 처음 경험했다”며 “백인들이 소수인종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게 아무렇지 않은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난 폭도들에게 돈을 대는 사람”으로 지목한 조지 소로스의 아들 알렉산더는 최근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사람들이 생각을 말했다가 개인적 적대감과 소셜미디어에서의 증오 메시지, 살해 협박에 놓이는 게 너무나 ‘정상’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노골적으로 ‘공포와 분노’ 전략으로 나섰다. 미국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중미 사람들을 “침략자”, “범죄자”로 부르고, 그들이 미국-멕시코 국경에 닿으려면 몇달이 걸릴지 모르는데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고 있으며, 헌법에 명시된 ‘출생 시민권’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없애버리겠다고 나섰다. 끊임없이 공격 대상을 찾아 악마화하고,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끌어와서 증오와 분열을 부추긴다. 중간선거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짚어볼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기자에게 “품위와 공감의 미국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공화당 쪽의 한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막말하고 품격 없는 사람인 거 몰랐나? 다 알면서도 대통령으로 찍어준 게 미국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 속이 궁금하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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