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0 18:09
수정 : 2018.12.21 09:44
김외현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8일 열린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선 중국 개혁·개방에 기여한 외국인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개혁 우의상’ 표창이 이뤄졌다. 수상자 10명을 국적별로 보면, 프랑스 1명, 독일 2명, 일본 2명, 싱가포르 1명, 스페인 1명, 영국 1명, 미국 2명 등이었다.(발표순)
①프랑스 메리외 재단의 알랭 메리외 회장은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조류인플루엔자 대응 등 공공보건 분야에 공헌했다. ②독일 기술자 출신 베르너 게리히는 중국 국유기업의 첫 외국인 공장장으로 생산품 품질과 노동자 안전 등을 제고했다. ③독일 출신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회장은 중국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1월이면 스위스 다보스에서 포럼이 열리지만, 2007년 이후로는 중국 톈진과 다롄을 번갈아 ‘여름 다보스포럼’이 열린다.
④파나소닉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1978년 10월 덩샤오핑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직접 공장을 안내하며 중국의 외국 기업 공장 유치를 조언했다. 1987년 설립된 베이징-파나소닉 컬러 브라운관 유한공사는 당시 최대 중-일 합자기업이었다. ⑤오히라 마사요시 전 일본 총리는 1972년 중-일 수교 당시 외무상이었다. 총리 시절엔 개혁·개방을 시작한 중국에 와서 덩샤오핑에게 ‘판량판’(경제 규모 4배 증대), 샤오캉(중산층) 사회, 중국식 현대화 등 주요 개념을 제안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소평(샤오핑의 한자음)이 이끌고 대평(오히라의 한자음)이 도왔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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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서 ‘개혁 우의상’을 수상한 외국인들이 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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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1976년 이후 33차례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 지도부와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덩샤오핑은 생전에 싱가포르를 중국의 미래로 제시한 바 있다. ⑦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재임 기간(1980~2001) 중국-대만의 올림픽 참가 자격 분란을 해결하면서, 중국이 온전히 올림픽 세계로 돌아올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⑧영국인 스티븐 페리는 1972년 미국 상품을 중국에 가져와 판매하면서 첫 미-중 교역을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 잭 페리는 1954년 서구의 대중국 봉쇄를 뚫고 중-영 교역의 물꼬를 튼 영국 상인 48명을 대표하는 인물로, 아들 스티븐은 그들을 기념하는 ‘48그룹 클럽’ 회장이기도 하다.
⑨미국 최대 보험사 에이아이지(AIG)의 모리스 그린버그 전 회장은 미국 의회가 대중국 교역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막후의 조력자였다. ⑩미국 금융인 출신으로 관영 <중국국제텔레비전>(CGTN)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로버트 로런스 쿤은 “세계를 향해 당대 중국을 서술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명단엔 중국이 저마다 귀하게 여기는 흔적이 역력했다. 항일투쟁사를 공유하는 북한의 ‘노세대 지도자들’이나, 초기 중국공산당 역사의 산증인으로 <중국의 붉은 별>을 쓴 미국 언론인 에드거 스노, 중일전쟁 때 팔로군 종군 의사로 활동하다 생을 마감한 캐나다인 노먼 베순 등에 이어, ‘대외 우호의 상징’이 세대교체를 한다는 느낌도 받는다.
올해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한 것은 40년 전 중국의 개혁·개방 선언을 방불케 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개혁·개방은 중국의 개혁·개방과 정확히 40년 간극을 두고 진행될 것이다. 다시 40년이 지나 중국 개혁·개방 80주년, 북한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서는 한국인의 이름이 호명될 수 있을까.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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