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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27 17:51 수정 : 2018.12.28 09:08

조기원
도쿄 특파원

“유연한 운용이 가능한 단거리이륙·수직착륙기를 포함한 전투기 계통 구축 등으로 광대한 상공 (작전) 영역을 확보하고 비행장이 적은 우리 나라 태평양 쪽을 시작으로 상공에 대한 대처 능력을 강화한다. (비행장 부족으로) 전투기 이륙과 착륙에 제한이 있다. 자위대원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투기 운용의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현재 보유한 함정에서 단거리이륙·수직착륙기의 운용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조처를 강구한다.”

일본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방위대강 중 항공모함 운용 관련 방침이다. 항모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방위대강은 일본 정부의 장기적 방위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것으로 보통 10년에 한번 개정한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5년 만에 개정했다. 함께 발표된 5년 단위 무기정비계획인 중기방위계획에는 항모 운용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다. “필요한 경우에는 단거리이륙·수직착륙기 운용이 가능하도록 검토하며, 해상자위대 다기능 헬리콥터 탑재기 호위함(이즈모급)을 개조한다. 위 호위함은 개조 뒤에도 계속해서 다기능의 호위함으로 우리 나라 방위, 대규모 재해 대응 등 다양한 임무에 종사하게 한다”고 했다.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최대 함정인 이즈모급 호위함 ‘이즈모’와 ‘가가’를 항모로 개조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역시 항모라는 단어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방위대강의 각의 결정(한국의 국무회의 의결)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한 일본 정부 관계자도 이즈모급 호위함 항모 개조 계획에 대해 “본격적으로 항모 운용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즈모급 호위함은 개조한다고 해도 탑재할 수 있는 비행기 수에 한계가 있어 본격적인 항모로 운용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호위함 다기능화가 목적이고, 전투기 이착륙을 위한 개조는 여기에 한 가지 기능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항모라는 단어 사용을 극히 꺼리는 이유는 항모는 ‘떠 있는 군사기지’이며 대표적 공격형 무기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1941년 12월 항모를 이용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습하고, 미드웨이해전 땐 한번에 항모 6척을 투입했다. 항모의 공격형 무기로서의 위력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나라가 일본이었다. 패전 뒤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선언한 현행 헌법을 제정한 일본은 항모를 보유하지 않았다. 평화헌법 및 전수방위 원칙(공격받을 때만 군사력을 행사하며, 그 범위는 최소한으로 함)과 항모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방위대강과 중기방위계획에 항모뿐 아니라 장거리 타격 무기를 다수 구비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사정거리가 900㎞에 이르는 전투기용 장거리 순항미사일(JASSM)과 장거리 대함미사일(LRASM) 등 ‘스탠드오프 미사일’(장거리 미사일)을 확보하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이는 전쟁 등 유사시에 적 기지를 주일미군에 의존하지 않고 일본 자위대가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이야기다. 주일미군이 공격을 담당하는 ‘창’이면 자위대는 방어를 맡는 ‘방패’ 구실을 한다는 비유는 옛날 이야기가 돼버렸다. 자위대가 주일미군과 함께 공격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기반은 2015년 안보법제 제·개정 때 이미 마련됐다. 방위대강은 이를 위한 실질적 계획표처럼 보인다. 일본은 방위대강의 ‘각국의 동향’ 꼭지에 두 페이지 정도를 할애했다. 한 페이지 정도가 중국 관련이고, 반 페이지 정도가 북한 대목이다. 동북아 군사력 경쟁의 악순환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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