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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03 18:29 수정 : 2019.01.04 11:35

황준범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3년차에 접어들었다. 국가 정상들에게 임기 반환점이 평탄하기는 쉽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독 큰 혼란상을 부각시키며 집권 후반기의 문을 열었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가 상원의원으로 복귀하면서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지적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 “대통령직의 가파른 추락”을 스스로 보여줬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떠났고, 경험 부족한 인사들을 기용했고, 함께 싸운 동맹을 포기했으며, 미국이 오랫동안 세계의 ‘호구’였다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을 달성했다고 주장하지만, 경제 성과를 앞세우기엔 미국의 혼돈이 너무도 컸다. 그 분열과 혼란이 정부 인사들의 증언으로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이 지난 1년이었다. 9월 ‘행정부 안에 트럼프 대통령을 뜯어말리려 분투하는 레지스탕스가 있다’는 <뉴욕 타임스> 익명 기고와, 백악관을 ‘카오스’로 묘사한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출간이 잇따르면서 워싱턴이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라고 반박했지만, 쫓겨난 고위 인사들은 그 내용이 맞다고 확인해줬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적인 일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털어놨고, 켈리 전 비서실장은 재임 기간을 ‘대통령이 하지 않은 일’로 평가해야 할 정도로 트럼프의 정책 결정을 막아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사임 편지를 통해 ‘동맹 존중’이 부족한 트럼프 대통령과 견해차가 매우 컸음을 드러냈다. 이들의 증언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이 제공하는 정보와 조언보다는 ‘감’에 의존해 즉흥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2019년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정성이 더 높아질 요소들로 가득하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를 감수하고 국경장벽 건설에 반대하며 초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의회의 ‘소환 권력’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을 줄줄이 파헤치기 위한 준비 작업도 한창이다. 벌써 시작된 민주당의 2020년 대선 후보 경쟁이 겨냥할 주요 표적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 보고서가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 주장이 공론화할 수 있고, 최소한 의회 차원의 집중 조사는 기정사실로 예상된다.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인기가 떨어질수록 롬니 같은 비판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럴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을 ‘예스맨’들로 채우고, 국경장벽 건설처럼 핵심 지지층이 원하는 정책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 안정성 수준은 북-미 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혼자 밀고 가는 것보다는 여론의 신뢰와 호응이 있어야 추진이 힘을 받고 성공도 빛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서 지난해 극적으로 대화 모드에 돌입한 이후 인내심과 일관성을 발휘하고 있다. 그에게 지난 1년은 ‘당장 비핵화하지 않으면 전쟁할 수 있다’던 태도에서, 비핵화가 기나긴 과정임을 깨닫는 기간이기도 했다. ‘현실로 내려온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에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없는 현상유지’를 즐길 수도 있고, 노련하게 북한에 상응조처를 건네며 교착을 깰 수도 있다. 혼란 속에서도 부디 트럼프 대통령이 뚝심을 유지하며 북-미 대화에서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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