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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8 18:11 수정 : 2019.02.28 19:08

조기원
도쿄 특파원

일본에서 3·1운동 100돌과 관련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이를 맞아 한국 내에서 ‘반일’ 기운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지난해 말부터 이런 이야기는 잊을 만하면 들리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28일 ‘3·1운동 100주년 즈음한 데모 등에 관한 주의 환기’라는 제목의 ‘스폿 정보’를 외무성 해외 안전 누리집에 올렸다. 스폿 정보에는 “한국에 갈 예정인 사람이나 체재 중인 사람은 데모 등이 일어나는 장소에 가까이 가지 않게 신중하게 행동하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외무성은 국외 체류 일본인 안전에 대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스폿 정보를 낸다. 전날인 27일 자민당 의원들의 외교관계 회의에서는 “한국에서 일본인이 데모에 휩쓸려 위해를 당하기라도 한다면 악화한 일-한 관계는 파멸적이 될 것”이라는 식의 의원들 발언이 잇따랐다. 자민당 의원의 발언과 외무성의 스폿 정보 발신은 3·1운동 100돌과 관련해 한국 내 반일 기운 고조라는 일본의 우려가 반영된 장면으로 보인다.

물론 다른 나라 국민이 자국을 비판하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국을 비판하니까 나쁘다는 단선적인 딱지 붙이기는 서로를 이해하고 상호 의사소통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반한’이나 ‘반미’ 같은 딱지 붙이기에도 부정적이다. 더구나 한국인들의 일본 비판은 거의 일제 식민지 지배와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에 관련된 일들이다. 일본과 일본인 전체를 악으로 몰아붙일 만큼 단선적인 생각을 가진 한국인은 거의 없다고 본다. 지난해 한-일 간 인적 교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일본에 온 한국인은 753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5.6%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인들이 일본 전체를 보는 시각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일과 3·1운동만을 연결짓기에 앞서 3·1운동 당시 조선인들이 무엇을 주장했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한반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에서도 3·1운동 100돌을 맞아 날 선 말보다는 3·1운동의 의미부터 차분히 돌아보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

100년 전 3·1 독립선언서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당초에 민족적 요구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었던 두 나라의 합방이었으므로 그 결과가 마침내 억누름으로 유지하려는 일시적인 방편과 민족 차별의 불평등과 거짓으로 꾸민 통계 숫자에 의하여 서로 이해가 다른 두 민족 사이에 영원히 함께 화합할 수 없는 원한의 구덩이를 더욱 깊게 만드는 오늘의 실정을 보라”며 “날래고 밝은 결단성으로 묵은 잘못을 고치고, 참된 이해와 동정에 그 기초를 둔 우호적인 새로운 판국을 타개하는 것이 서로 간에 화를 쫓고 복을 불러들이는 빠른 길인 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적고 있다. 조선의 독립이 조선과 일본의 관계 그리고 “동양 평화”를 위한 길임을 호소하고 있다.

한-일 관계는 몇년 전부터 냉각 상태였지만 올해는 더욱 차갑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국회의원들은 국회라는 공적인 장소에서도 비판이 아닌 막말을 태연히 내뱉는다. 나카야마 야스히데 자민당 의원은 2월13일 중의원 예산심사위원회에서 “나는 항상 일본에서 태어나 다행이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만약 한국에서 정치가라도 돼서 대통령이 됐다면 그 말로는 반드시 사형 아니면 체포나 자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3·1운동 뒤 100년이 지나고서도 양국의 화합을 향한 길은 여전히 멀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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