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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7 18:40 수정 : 2019.06.28 09:38

황준범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 접경지인 비무장지대(DMZ)에 갈 뻔한 적이 두차례 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이 될 수 있던 것은 1차 북-미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 이튿날인 지난해 4월28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여는 방안을 제안받았다. 북-미 사이에 워싱턴, 마러라고 리조트, 평양, 유럽, 싱가포르 등이 거론되던 때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 개최의 의미와 장점 등을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큰 흥미를 보이면서 호응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까지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도 적극적이어서, 문 대통령이 그에게 참모들과 논의 뒤 결정할 것을 조언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통화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북한과 남한의 경계에 있는 평화의집·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상징성이 있고, 중요하고, 영속적이지 않을까?”라며 판문점 개최 방안을 수면 위로 띄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끝내 ‘판문점 개최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남북을 돋보이게 한다’는 등의 참모들의 반대를 수용했고, 회담 장소는 싱가포르로 낙점됐다. 그럼에도 그가 판문점에 높은 관심을 가졌던 점은 분명하다.

그보다 앞서 2017년 11월8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비무장지대로 향하는 헬기에 올랐다가 짙은 안개 때문에 회항했다. 사상 처음으로 한·미 정상이 함께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는 장면이 코앞에서 무산된 것이다. 낙담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에 오면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30일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무장지대 방문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세번째 시도 만의 실행이다. 그의 비무장지대 방문 자체가 차별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로널드 레이건(1983년), 빌 클린턴(1993년), 조지 W. 부시(2002년), 버락 오바마(2012년) 등 역대 미국 대통령 다수가 비무장지대의 캠프 보니파스 등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이 특별한 이유는 전임자들 때와는 크게 달라진 한반도 상황 때문이다. 과거 미 대통령들은 북-미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힘을 과시하며 대북 강경 메시지를 발신하는 방법으로 비무장지대를 찾았다.

지금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비무장지대로 향하다 돌아섰던 2017년과도 다르다. 그는 회항 직후 국회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독재체제 지도자’로 부르며 압박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현재 북-미는 교착 속에서도 정상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도 현저하게 낮아졌다. 남북은 지난해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10곳씩을 철거했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도 화기를 치웠다. 비무장지대는 대결이 아닌 평화의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상전벽해를 가져온 최대의 전환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이었다. 그게 없었다면 한반도는 지금도 대결과 긴장의 악순환을 맴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무장지대 방문은 분단 현실을 직접 목격하고 평화의 절박성을 느끼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것을 뛰어넘어, 지금의 변화를 이끌어온 주인공답게 대화와 평화의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주도적으로 발신했으면 한다. 이번 방문을 북-미가 하노이에서의 좌절을 딛고 다시 협상장에 나서 새로운 페이지를 열게 하는 결정적 계기로 삼아야 한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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