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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4 18:17 수정 : 2019.10.25 14:29

정인환

베이징 특파원

2019~2020년 미국 프로농구(NBA)가 22일 개막했다. 중국 시각으로 23일 새벽이다. 지난해 우승팀인 토론토 랩터스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를 130 대 122로 이겼다.

예년 같으면 6억명에 이른다는 중국 농구팬들이 잠을 설쳐가며 지켜봤겠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중계권을 가진 <중국중앙방송>(CCTV)이 생중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대릴 모리 휴스턴 로키츠 단장이 트위터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면서 촉발된 논란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탓이다.

모리 단장의 트위트 글과 중국의 반발, 엔비에이 쪽의 사과와 미국 내부의 비판까지, 중국과 엔비에이의 갈등은 뜬금없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일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배치 논란을 겪으며 우리도 익히 경험한 바다. ‘홍콩’은 중국에서 천안문(톈안먼)이나 티베트, 대만이나 신장과 같은 말이다. “떼어 낼 수 없는 중국의 일부”이자, “간섭할 수 없는 내정”에 속한다. 주권과 영토 보존에 직결된 ‘핵심 국익’이 침해됐다고 느낄 때 중국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노르웨이는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전적으로 이해하며, 양국 관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중국의 발전 경로와 사회 제도를 전적으로 존중하며, 중국이 이룬 역사적이며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발전을 높이 평가한다. 노르웨이 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는 점을 재천명하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2016년 12월19일 베이징에서 발표된 중국과 노르웨이 간 ‘양자관계 정상화에 관한 성명’의 일부다. 4개 항으로 이뤄진 짤막한 성명 속에 노르웨이의 ‘고심’이 잘 담겨 있다. 두 나라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2010년 10월8일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그날 중국 반체제 활동가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두 나라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기까지 6년 2개월 11일이 걸렸다. 여러 나라에 교훈이 됐을 터다.

다국적 투자은행 크레디 스위스가 22일 공개한 ‘2019 세계 자산 보고서’는 눈여겨볼 만하다. 지구촌에서 ‘상위 10%’ 부자가 되려면 부채를 뺀 순자산이 10만9430달러(약 1억2830만원) 이상이어야 한단다. 미국인 가운데 9900만명가량이 여기에 해당한다. 중국인은 1억명이 이 부류에 들었다. 미국보다 중국에 부자가 많은 것으로 평가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인 백만장자도 440만명이나 된다.

국제무대에서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힘도 ‘세계의 시장’으로 성장한 ‘부자의 나라’란 점에서 기인한다. 중국은 그 힘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한다. 에번 파이겐바움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부소장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영향력 투사를 △소극적 △적극적 △배제적 △강제적 △잠재적 방식 등 5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경제력과 시장 규모만으로도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소극적 방식을 택한다. 알아서 조심하기 때문이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중앙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 일대에서 막대한 자금을 푸는 적극적 방식도 있다. ‘사드 보복’ 당시처럼 막대한 시장에 대한 접근을 아예 배제할 수도 있다. 노르웨이 사례는 강제적 방식을 통한 영향력 투사의 전형이다. 대북 제재처럼 중국이 카드를 쥐고 있으면서 휘두르지 않는 것은 잠재적 방식에 해당한다.

미-중 무역전쟁에도, 중국의 몸집은 계속 커지고 있다. 그에 맞춰 힘도 세진다. 큰 몸과 센 힘으로 무엇을 할까? 원하는 걸 다 가지면, 원치 않는 적이 생긴다. 지구촌이라 그렇다.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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