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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3 19:11 수정 : 2010.04.21 10:36

김동훈 기자





김동훈 기자의 직선타구 /

이상훈 “엘지 구단과 싸우겠다.”

이형종 “박 감독은 나랑 붙자.”

봉중근의 아내 “박 감독은 ××다.”

이병규 “나는 한국의 안타왕, 대스타!”

박용택 “나는 한국의 타격왕, 대스타!”


이대형 “나는 한국의 도루왕, 대스타!”

조인성 “나는 한국 최고의 포수, 대스타!”

이진영, 정성훈, 이택근 “엘지로 이적했으니, 우리도 이젠 대스타!”

신정락, 오지환 “엘지에 입단했으니, 나도 이젠 대스타!”

최근 엘지 선수들의 ‘하극상 사태’를 꼬집는 인터넷 글이다. 2군에서 재활중인 3년차 투수 이형종은 지난 5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내가 싸움할 준비가 안 돼? 야구 말고 (박 감독) 너랑 싸움하고 싶다. 1군도 가기 싫고 2군도 싫다. 군대나 가련다”는 글을 올렸다. 이형종은 서울고 재학중이던 2007년 5월,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광주일고와의 결승전에서 9-9로 맞선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자 마운드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결승전에서 139개를 던지며 완투패하는 ‘눈물의 역투’로 감동을 준 선수다. 그런데 아버지뻘인 박 감독에게 ‘너’라고 대드는 패륜적 행동을 보면서 그 이형종이 맞나 싶을 정도다.

지난 4일 넥센과의 경기 뒤 2군행을 통보받은 봉중근 역시 구설에 휘말렸다. 봉중근의 아내 박아무개씨가 봉중근의 미니홈피에 “감독이라는 ××가 선수에게 욕하고 2군행을 통보했다”는 글을 올렸다. 첫 등판에서 부진하자 “죄책감이 든다”며 2군행을 자청한 넥센 김수경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봉중근은 올 시즌 2경기에 등판해 초반 강판당하며 모두 패전 투수가 됐다.

엘지는 개인주의가 강한 팀이다.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식이다. ‘이상훈 파동’도 따지고 보면 라커룸에서 기타를 치다가 꾸지람을 들은 게 발단이 됐다. 선후배 간 끈끈한 위계질서로 지난해 12년 만에 정상을 되찾은 기아와 대조적이다.

최근 7년 동안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팀은 엘지밖에 없다. 성적은 바닥이지만 선수들은 배가 부르다. 올 시즌 1군 평균 연봉이 1억5400만원으로, 총연봉이 삼성 다음으로 2위다. 지난해 7위에 그치고도 6위를 차지한 넥센(9125만원)보다 평균 6000만원 이상 많다.

엘지 구단도 이런 점을 잘 안다. 오죽하면 새 감독을 라이벌 두산에서 영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을까. 박종훈 감독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박 감독과 파격적으로 5년 계약을 맺은 것도 1~2년 정도는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이다. 혁명은 피를 부르고, 개혁은 반발을 산다. 이형종과 봉중근의 하극상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엘지에 올 시즌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혁명적 개혁의 완수인 것 같다.

김동훈 기자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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