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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04 21:48 수정 : 2010.05.04 23:54

왼쪽부터 오재원, 오지환, 오정복.





김동훈 기자의 직선타구 /

입 사이로 흰색 마우스가드(구강보호장치)가 살짝 드러났다. 오재원(25·두산)은 이를 악무는 습관 탓에 치아에 통증이 심했다. 신기하게도 권투 선수처럼 마우스가드를 입에 문 뒤 방망이에 불이 났다. 지난달 22일 잠실 에스케이전부터 9경기에서 34타수 11안타(0.324)다. 타점도 8개나 된다. 시즌 15타점 중 절반 이상을 이 기간에 쓸어담았다.

오재원은 2004년 2차 9순위, 전체 72순위로 입단한 무명이었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은 0.242, 통산 타점도 45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1루와 2루를 번갈아 보면서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 타율이 0.318에 이른다. 우투좌타와 빠른 발로 도루 공동 7위(7개)에 올랐고, 3루타도 2개나 만들었다.

오지환(20·LG)은 아직 잠실구장이 낯설다. 경기 전 인터뷰를 하다가도 곁을 지나치는 사람이면 알건 모르건 무조건 고개부터 숙인다. 지난 2일 문학 에스케이전에서 그가 8회말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러 다 잡았던 경기가 역전됐다. 더그아웃에서 표정이 잔뜩 굳어 있던 그는 9회초 엘지가 동점을 만들자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팀 선배들은 새내기답게 매 경기 긴장을 늦추지 않는 그의 모습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4일 경기에선 결승 역전 3점홈런도 날렸다.

역시 우투좌타인 오지환은 경기고를 졸업한 2년차 선수다. 지난해 9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올해는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고 타율 0.276, 3홈런, 16타점으로 공수에서 펄펄 날고 있다.

지난 일요일 밤 대전구장의 주인공은 무명의 오정복(24·삼성)이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천천히 3루를 돌아 홈베이스로 들어왔다. 동료들에게 머리를 흠씬 두들겨 맞았다. 너무 기뻐 오른손에 쥐고 있던 헬멧을 하마터면 관중석으로 던질 뻔했다. 관중석에는 그의 이름처럼 ‘정상정복’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응원복을 입은 삼성 팬도 눈에 띄었다.

경남 김해의 추어탕집 아들 오정복은 그저 그런 선수였다. 지난해 인하대를 졸업하고 2차 7순위, 전체 53순위로 간신히 프로팀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7타수 1안타, 올해도 이날 경기 전까지 2타수 무안타였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주전 우익수 강봉규가 2군으로 내려간 것이다. 1군 무대에서 처음 선발출장했다. 그리고 5-6으로 패색이 짙던 8회초 동점 홈런, 연장 10회초 역전 투런홈런을 연거푸 쏘아올렸다. 4일까지 10타수 5안타에 홈런 3개, 타점 5개다.


오재원, 오지환, 오정복. 이름도 비슷한 무명의 오씨 삼총사가 펼치는 2010년판 프로야구 삼국지가 흥미롭다. 김동훈 기자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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