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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1 22:47 수정 : 2010.05.11 22:47

김동훈 기자





김동훈 기자의 직선타구 /

댈러스 브레이든(27·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은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브레이든은 “이 영광을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바친다”고 했다. 브레이든의 어머니는 그가 고등학생 때 피부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현지시각으로 9일은 공교롭게도 어머니의 날이었다. 브레이든은 홈구장인 오클랜드 콜리시엄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는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전체 승률 1위인 탬파베이 레이스. 2007년 데뷔 뒤 4년 동안 18승에 그친 브레이든이 상대하기엔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그는 탬파베이 강타선을 차례로 돌려세웠고, 마침내 134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9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1950년 6월28일 일본 아오모리 시영야구장.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후지모토 히데오(당시 32)는 전날 마작을 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런데 선발 예정이던 다다 후쿠조의 복통으로 갑자기 마운드에 섰다.

예상대로 니시닛폰 파이리츠의 첫 타자에게 연거푸 볼 세 개를 던졌다. 그런데 스트라이크 두 개를 잇따라 꽂아넣더니 바깥쪽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았다. 그리고 9회말 투웃까지 퍼펙트 행진을 펼쳤다. 다급해진 니시닛폰은 9번 타자 대신 감독 겸 선수인 고지마 토시오가 대타로 나섰다. 하지만 고지마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일본 프로야구 최초의 퍼펙트게임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후지모토는 한국인이었다. 1918년 부산에서 태어나 3살 때 부모를 따라 일본 시모노세키로 이주한 이팔용이 그다.

28년 역사의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퍼펙트게임이 없다. 2007년 10월3일 두산에서 뛰던 다니엘 리오스(당시 35)는 현대를 상대로 9회초 원아웃까지 퍼펙트게임을 펼치다가 강귀태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대기록을 애석하게 놓쳤다.

1997년 한화 정민철은 오비(OB·현 두산) 타선을 상대로 8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했다. 그런데 심정수 타석 때 포수 강인권의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태에서 심정수가 1루에 살아나가 대기록이 무산됐다.


퍼펙트게임은 ‘신의 선물’이라고 한다. 노히트노런은 1000분의 1의 확률이지만 퍼펙트게임은 그보다 12배쯤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1만2000경기에서 한 번쯤은 퍼펙트게임이 나온다는 얘기다. 국내 프로야구는 1982년 개막한 뒤 11일까지 1만1881경기를 치렀다. 포스트시즌까지 합하면 1만2000경기가 넘는다. 확률상 퍼펙트게임이 한 번쯤 나올 때가 되고도 남았다. 국내 프로야구 최초의 ‘신의 선물’은 과연 누구 품에 안길까.

김동훈 기자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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