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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13 21:09 수정 : 2010.07.13 23:28

김동훈의 직선타구

처음엔 ‘오버맨’이란 별명이 너무 싫었다. 1999년 데뷔 때부터 붙은 별명이다. 남들처럼 파이팅을 외치고 남들과 똑같이 하이파이브를 했을 뿐인데 씩씩한 동작과 호쾌한 웃음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주접 떤다”는 곱지 않은 말도 들렸다. 웬만한 선수 같으면 주눅들 만도 한데 홍성흔은 오히려 ‘오버’를 진화시켰다. 오버에 겸손을 곁들여 팬들이 좋아하고 납득하도록 했다. 이제 ‘오버맨’ 하면 누구나 홍성흔을 떠올리게 됐다.

올 시즌 롯데 홍성흔은 ‘똑딱이’에서 ‘거포’로 다시 한번 변신을 시도했다. 이번엔 액션 따위가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된 것이었다. 홍성흔은 2년 연속 타격 2위를 차지한 정교한 타자다. 하지만 타율에 견줘 타점이 적었다. ‘빅볼’(장타력과 강공으로 점수를 뽑는 야구)을 추구하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철학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지난겨울 김무관 타격코치와 함께 타격 폼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 ‘변신’이라기보다는 ‘모험’에 가까웠다. 사실 방망이 무게만 조금 바뀌어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타격 폼이다. 주변에선 우려의 말이 더 많았다. 잘나가는 3할 타자의 타격 폼을 왜 굳이 바꾸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 코치는 “타격코치 자리를 내놓는 심정으로” ‘오버맨’ 개조에 나섰다.

타격할 때 체중을 다 싣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홍성흔은 이번에도 마음자세를 고쳐먹었다. 자신의 잠재력을 믿었다. 그냥 짧게 쳐서 밀어치겠다는 생각을 바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임팩트 순간 온 힘을 폭발시켰다.

홍성흔은 6월22일 마산 한화전에서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쳤다. 프로에서 친 136개의 홈런 중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베이스를 밟은 뒤 그를 가장 반긴 이는 김 코치였다. 손맛의 여운이 경기 뒤 방송사와 인터뷰할 때까지 남아 있을 정도로 쾌감은 오래갔다.

5월 말에는 5경기 연속 홈런도 쳤다. 13일 현재 타율 0.350(2위), 홈런 22개(공동 2위)이고, 무엇보다 84경기 만에 타점 93개를 작성하며 이 부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롯데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는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홍성흔을 꼽으면서 “당장 메이저리그에 가도 된다”고 치켜세울 정도다.

홍성흔은 24일 열리는 올스타전에 역대 최다득표로 뽑혔다. 이번주에는 2003년 이승엽이 89경기 만에 기록한 역대 최소 경기 100타점에 도전한다. ‘거포맨’ 홍성흔의 ‘오버’가 한여름 밤에 다시 한번 작렬할지 궁금하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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