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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6 17:37 수정 : 2007.05.06 17:37

<울고 싶어라>가 수록된 사랑과평화의 3집(1988)과 <샴푸의 요정>이 수록된 사랑과평화의 4집(1989).

한국 팝의 사건 사고 60년 (96) <울고 싶어라>와 <샴푸의 요정>, 그 사이

1988년 ‘청문회 정국’이라고 불리던 시기가 있었다. 내로라하는 정계와 재계 거물들을 앉혀 놓고 날카로운 질문을 했던 몇몇 국회의원은 청문회를 통해 스타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지금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각설하고, 오늘의 주제는 청문회 정국과 관련해서 히트를 기록한 곡인데, 다름 아니라 이남이가 부른 <울고 싶어라>다. 이 곡은 청문회에 불려 나와서 ‘애송이’ 국회의원에게 수모를 당하던 거물 인사들의 처지를 풍자하는 것으로 이해(혹은 오해)되어 상업적 히트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았다. 가수 이남이의 독특한 풍모로 인해 애절한 사연을 담은 솔-고스펠 풍 노래가 ‘코믹’한 코드로 수용되었지만, 이런 일이 대중문화에서 드물지는 않다.

정확히 말하면 이 곡의 주인공은 ‘이남이’가 아니라 ‘사랑과평화’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을 보아도 이남이가 노래를 부른 곡은 이 곡 하나뿐이다. 이 곡의 역사를 더듬어 보면 히트할 무렵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보다 몇 년 전 사랑과평화가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때 그 심정을 담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어떤 개인 주변의 인간관계의 문제를 담은 곡이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된 셈인데, 이 점 역시 대중문화의 속성들 가운데 하나다.

대중음악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곡은 ‘그룹 사운드’가 기록한 마지막 히트곡인 것 같다. 이때 ‘그룹 사운드’란 단지 ‘록 밴드의 한국식 명칭’이 아니라 ‘1960~70년대’의 문화에 기반을 둔 계열을 말한다. 1980년대 말 정도가 되면 ‘록 밴드’라는 ‘정확한’ 이름이 정착되면서 ‘그룹 사운드’라는 용어는 점차 사라졌다. 그 결과 이 무렵 그룹 사운드 계열의 흐름은 무언가 쇠락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게 된다.

그렇지만 <울고 싶어라>를 ‘그룹 사운드 마지막 히트곡’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사랑과평화는 1989년 또하나의 숨겨진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 <샴푸의 요정>이라는 곡인데, 홍학표와 채시라가 주연을 맡고 황인뢰가 연출을 맡은 ‘베스트극장’의 주제곡이다. 1988년 말에 방영된 이 드라마를 미처 챙겨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장정일 원작, 주찬옥 극본’이란 추가 정보를 제공한다. 이 곡은 드라마에 들어간 뒤 1989년 사랑과평화의 네 번째 앨범에 수록되었는데, 이 사실보다는 이승철과 김진표가 나중에 리메이크했다는 사실이 더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이 곡의 만들고 노래를 부른 사람은 사랑과평화의 부동의 리더 최이철이 아니라 새로운 멤버인 장기호였다. 장기호는 뒤에 빛과소금이라는 밴드를 결성하고 시시엠(CCM·기독교 대중음악) 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어쨌거나 <울고 싶어라>와 <샴푸의 요정> 사이에는 꽤 큰 경계선이 놓여 있다. 한쪽은 ‘펑키 그룹 사운드’, 다른 한 쪽은 ‘퓨전 재즈 밴드’라고 부르면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과평화를 비롯한 그룹 사운드들은 잦은 멤버 교체로 시달렸다. 1980년대 사랑과평화를 거쳐간 인물들 가운데 김광민, 한상원, 정원영 등 지금 ‘실용음악과 교수님’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면 놀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이철은? 작년 한 방송국에서 <우리가 그들을 거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이라는 이름의 릴레이 콘서트에 출연한 그는 “방송에 하도 오랫동안 출연해서…”라는 말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에 대한 내 소감은 생략한다.

신현준/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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