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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동 고독사 현장. 사진 바이오해저드특수청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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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임종을 지킨 이 아무도 없었다
가족없이 죽음맞는 독거노인 고독사, 한해 1천여건 추정
고독사 10명중 9명 가족있지만, 관계단절로 쓸쓸한 임종
“피토하며 죽은 노인, 자식은 금반지 찾느라 난리”
지난달 11일 오전 8시 서울 노원구 월계동 한 임대아파트. 김수억(가명·63)씨가 살던 아파트의 문이 열리자 15평 남짓한 아파트 안 곳곳에서 참혹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사흘 전 홀로 숨진 채로 발견된 김씨 유가족의 의뢰를 받아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고 주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방문을 연 김석훈(38) 바이오해저드특수청소 대표 일행을 맨 먼저 맞이한 것은 곳곳에 흥건한 각혈 자국과 진한 피비린내였다.
10여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산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1인가구의 가장 비극적인 결말인 고독사로 생을 마쳤다.
임종하는 가족도 없이 병마의 고통에 몸부림치다 화장실에서 피를 쏟다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김씨의 주검은 지난달 7일 지역 노인복지관의 ‘노인돌봄이’ 여성이 발견했다. 직업군인 출신이었던 고인의 방안에는 책은 한권도 없었다. 냉장고에는 참기름과 식용유만 있고 밥을 해먹은 흔적도 없었다. 10여년 전에 사별한 부인의 유품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날 오후 김 대표는 또 한곳의 고독사 현장을 찾았다. 서울 도봉구 수유동의 6평 반짜리 반지하방. 홀로 죽음을 맞이한 70살 할아버지는 역시 죽은 지 사흘 만에 친구에게 발견됐다.
이 집 냉장고도 고추장병 한개와 된장, 젓갈 정도만 있을 뿐 거의 비어 있었다. 방안에는 술병이 20여개 발견됐다.
고독사의 현장에서는 주검 냄새뿐 아니라 가족관계 단절의 흔적도 무수히 발견된다. 김 대표는 지난달 7일 충남 논산에서 60대 초반 고독사 남성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놀이동산에서 찍은 어릴 적 사진을 발견하곤 청소가 끝난 뒤 유가족에게 건네주었다. 그런데 “이런 것 뭐하러 챙겼느냐. 버리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월계동의 김씨 유가족들도 “아버지가 끼고 다니던 금반지가 안 보인다”며 반지를 찾는다고 피범벅이 된 방바닥 곳곳에 이불을 펴놓고 밟고 다녔다. 김 대표는 “나 같으면 피부터 닦았을 텐데…”라며 “돈이 개입되지 않으면 우리 부모 유품 챙기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넉달 전에는 어느 계약동거 노부부가 헤어지라는 자식들 성화에 견디다 못해 동반자살했는데 자식들이 고인에 대한 추모와 반성보다는 할아버지가 남긴 통장 찾느라 난리가 나기도 했다.
고독사는 때론 과거의 지위를 가리지 않고 이완된 가족관계의 틈새를 파고든다. 지난 20일 3년 전 전남대를 정년퇴직한 김아무개(69) 명예교수가 광주광역시 자택에서 숨진 지 한달 만에 발견됐다. 재직시절 제자와 동료교수들에게서 명망이 높았던 그는 20여년 전 아들과 딸이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간 뒤 2년 전 아내마저 미국으로 떠나자 이를 괴로워하며 최근 들어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며 끼니도 거르기 일쑤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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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동 고독사 현장. 사진 바이오해저드특수청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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