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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9 18:49 수정 : 2018.09.09 19:11

허승규
녹색정치 활동가

한국 정당사를 통틀어 ‘자유’를 앞장세운 주요 정당은 자유당, 자유민주연합, 자유선진당, 현재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다. 이승만이 1951년에 만든 자유당은 1960년 4·19 혁명으로 몰락했다. 자유를 앞세웠으나 최악의 부정선거로 반자유적인 정치를 펼쳤고, 시민들의 심판으로 무너졌다. 김종필의 주도로 1995년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은 원조보수론을 내세우며, 보수층의 반김영삼 정서와 충청·티케이(TK) 지역 정서를 자극하여 1996년 총선에서 50석을 얻었다. 1997년 대선에는 ‘디제이피’(DJP) 연합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적 한계와 세대교체 실패를 드러냈다. 2004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을 여성이 아닌 김종필을 공천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으나 지역구 4석에 그쳤고, 비례투표는 3%를 넘지 못했다. 김종필은 10선에 실패해 정계를 은퇴하였다. 이회창의 주도로 2008년 창당한 자유선진당은 자민련처럼 충청을 기반으로 보수 야당의 역할을 자임하였으나, 선거를 치를수록 당세는 위축되었고,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흡수 통합되었다.

현재 112석인 한국당의 국회의석 점유율은 37.3%다. 지지율은 10%대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지지도가 줄어도 한국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 대안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자민련, 선진당보다 강력한 지역 기반이 있었으나, 올해 지방선거 때 부산·울산·경남에서 참패하며 ‘티케이자민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국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은 위기 때마다 내부 혁신과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이 있는가. 2000년 총선 패배 이후 자민련, 2010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선진당의 길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국당은 자유를 내걸었음에도, 자유주의의 덕목인 사상의 자유, 정치 다양성, 창발성과는 거리가 멀다. 젊은 세대에게 한국당은 반자유적이다. 현재 추세라면 2020년 총선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구에서 참패할 수 있다. 민주당의 압승은 모를 일이지만, 한국당의 승리는 예상하기 어렵다. 2004년 자민련은 충청에서 4석, 2012년 선진당은 충청에서 3석을 건졌다. 지역 기반의 정당이 있을지라도, 전국적 영향력이 있는 대안정당이 지역의 이익을 더 잘 대변할 수 있다면 투표는 달라진다. 이번 지방선거 대구·경북의 민주당 지지율은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한국당도 ‘자유’를 앞세운 정당들처럼 되는 것인가. 이러한 역사를 아는지 나경원 의원은 당명 개정을 제안했다. 당명 개정보다 시급한 일은 당을 혁신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해 보여서 먼저 제안한 듯하다.

그나마 지금의 지지율이라도 지킬 수 있는 길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반대했던 선거제도 개혁이다. 향후 내부 혁신을 전제로, 보수층이 결집하면 20% 이상의 정당 지지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이후 보수의 재기를 바란다면 한국당의 최우선 과제는 민심 그대로 의석수를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현행 선거제도라면 교섭단체를 겨우 지켜낼 것이다. 한국 정치의 오랜 숙원인 선거제도 개혁에 한국당이 앞장서라. 한국 정치도, 한국당도 사는 길이다. 남도 좋은 일 해야 자기도 잘된다. 그게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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