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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1 17:45 수정 : 2019.09.02 14:45

허승규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한국인들의 세상사 불만의 원흉으로 자주 언급된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인 국회의원이 모인 곳이 국회다.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국회를 욕하는 대화를 들을 수 있다.

국회가 욕먹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국회가 실제로 일을 못 하거나, 다수 국민 정서에 반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다음으로 국회 자체가 싸우라고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일당독재 사회와 달리 의견의 차이를 인정한다. 시민들 간의 갈등은 당연하며, 갈등을 전쟁 대신 정치로 풀어가는 곳이 국회다. 같은 국회의 선택을 두고 누군가는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욕을 한다. 마지막으로 오랜 권위주의 정권을 겪은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정치혐오다. 정치와 관련된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해롭다는 정서·문화다. 박정희 체제의 유산, 정치 성장을 묶어둔 한강의 기적의 그림자다. 정치 자체가 나쁘니까 좋은 정치, 좋은 정당, 좋은 정치인은 있을 수 없다. 정당, 선거, 정치인은 혐오스럽다. 조금이라도 바꾸려는 사람들은 냉소와 조롱의 대상이다. 자신들만 최선인 줄 아는 언론, 기업, 진보를 표방한 시민단체들도 한몫한다. 역설적으로 정치혐오가 강할수록 평범한 시민들은 정치와 멀어지고, 기득권 정치에 유리하다.

시민들의 국회에 대한 평가는 야박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변화는 진행 중이다. 1948년 대한민국 초대 국회 이후 지금의 20대 국회까지 이어졌다. 지금 국회가 욕을 먹어도, 70년 전 초대 국회와 같을 수 없다. 이번 국회의 가장 큰 성과는 2016년 12월9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와 별도로, 20대 국회는 80%에 이르는 민심을 반영했다. 탄핵 직후 대선 결과는 탄핵 당시 여론과 비슷하다.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새누리당 계열 탄핵 찬성파 대선 후보 득표율 합이 70~80%에 이르렀다.

2004년 16대 국회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다른 결과다. 노무현 탄핵은 여론의 역풍과 함께 17대 총선 이전 소수파였던 열린우리당 단독 과반 1당, 헌법재판소의 기각 판결로 끝났다. 민심과 동떨어진 내부 권력 싸움 탄핵과 다수 시민의 요구를 반영한 탄핵은 달랐다. 이러한 차이를 만든 20대 국회의 원동력은 온건한 다당제+여소야대 구도다. 시민들은 집권 여당을 심판했지만, 제1야당 민주당에 권력을 몰아주지 않았다. 20대 국회 조연 역할을 충실히 해낸 제3당 국민의당, 진보정당 정의당도 있었다. 박근혜 탄핵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은 탄핵 정국에서 분화를 겪으면서, 다양한 보수를 연출하였다. 우리공화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일부로 나뉜 보수 정치가 기존의 견고한 양당 구도보다 건강하다.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20대 국회의 성과를 계승하는 시스템이자, 시민들의 사표를 줄이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의결했고, 연말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침대축구를 멈춰야 한다. 이제 누울 침대도 없다. 대안 없는 반대, 모호한 당론으로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2004년 임기 말 최악의 자살골을 넣은 16대 국회가 아닌, 2016년 지금의 집권 세력뿐만 아니라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킨 20대 국회의 영광을 재현해주길 바란다. 300명의 국회의원 시민들에게 호소한다. 그것이 20대 국회의 마지막 소명이자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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