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3.09 21:24 수정 : 2012.04.18 11:05

김양희 스포츠부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스포츠부에서 10년 이상 잔뼈가 굵은 저, 김양희 기자는 첫 등판에서 친구와의 메신저 대화 형식으로 이번 프로야구 경기조작 이야기를 풀어보렵니다.

<둥이> 박현준은 모야?

<김기자> 모긴 모야. 아웃이지.

<둥이> ㅠㅠ. 스물여섯 창창한 나이에 안됐다. 정말 돈 받고 1회에 고의로 볼넷을 준 거야?

<김기자> 대구지검이 결정적 증거를 잡았나봐. 경기조작 며칠 후 박현준 통장에 몇백만원이 찍혀 있다는 말도 있고. 브로커가 나중에 협박수단으로 활용하려고 돈을 통장에 입금했나봐. 프로배구 모 선수는 통장 말고 현금으로 받아서 수사에 애를 먹었다더라. 돈거래는 물증 없음 딱 잡아떼면 그만이거든.

└><둥이>님이 <진짜?>로 닉네임을 바꾸셨습니다.

<진짜?> 그럼 브로커랑 아는 사이?

<김기자> 시점이 좀 애매하지? 검찰이 말한 김성현 경기조작 시점은 4~5월이고, 박현준은 8월이니까. 김성현은 7월 말에 엘지로 트레이드됐거든. 김성현과 브로커 김씨는 같은 대구 출신에 제주도에 있는 고등학교 야구 선후배야. 전북 전주 출신 박현준은 브로커와는 학교가 다르지만 대학까지 같은 시기에 야구 했으니까 서로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커. 박현준도 재작년에 에스케이에서 와서 같은 처지의 김성현과 친하게 지냈고.

<진짜?> 박현준 엘지 에이스잖아. 연봉 많지 않아?

<김기자> 걔가 뜬 게 작년부터인데 무슨 소리! 작년 연봉 4300만원이야. 대졸이라 프로 경력도 3년밖에 안 돼. 부모님이 전주에서 가게를 한다는데 그렇게 잘살지는 않는다네. 김성현 연봉은 5800만원. 프로배구도 돈 적게 받는 상무, 켑코 선수들이 많이 걸려들었잖아. 어떤 배구선수는 상무 때 구단이 월봉 200만원 챙겨줘서 브로커들 유혹에 안 넘어갔다던데.

<진짜?> 그래도 공항에서 웃으며 결백 주장한 건 너무했어.

<김기자> 영감님(김성근 감독)이나 주변 사람들이 그러는데, 박현준 착하대. 아마 당시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깨닫지 못했던 것 같아. 순진한 건지. 정말 뻔뻔해서 그랬던 것 같지는 않아.

<진짜?> 지방 구단 선수들도 연루됐담서?

<김기자> 타자 1명, 투수 1명 정황이 포착됐다는데 정말 ‘카더라’ 수준이야. 요즘 야구계가 ‘카더라’와 ‘진실’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 소문은 많은데 정작 일은 벌어지지 않으니 음모론까지 나오고. 의심이 의심을 낳는... 뭐 그런 현상? 하지만 ‘카더라’만으로 선수들을 무작정 조사할 수는 없잖아. 당장 그래봐라. 바로 실명 나오고 묻지마식 여론재판 들어가지. 제의를 거절했을 뿐인데 간접 범죄자 취급받은 누구처럼 피해 보는 선수들이 생길 수 있고.

<진짜?> 케비오(KBO)나 엘지는 왜 늑장 대응 한 거야.

<김기자> 늑장 대응? 이번엔 언론이 너무 앞서갔어. 오죽하면 만나는 야구인마다 “(언론이) 미쳤다”고까지 하겠냐. 병역비리 때만 해도 실명 밝히고 하지는 않았거든. 이번 사안은 정말 신중할 수밖에 없어. 그동안 국내에서 야구장 밖 사건, 사고는 많았지만 야구 경기 자체가 범죄에 이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그리고 영구제명이라는 게 사실 선수들 밥줄, 생명줄 끊어놓는 건데.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제대로 된 인성교육도 못 받고 야구만 죽어라 한 선수들을 ‘의심’이나 ‘의혹’만으로 야구장 밖으로 내몰 수는 없어. 야구 원로들이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 조처를 취해도 늦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해.

└><김기자>님이 <일구이무>로 닉네임을 바꾸셨습니다.

<진짜?> 일구이무?

<일구이무> 영감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야. “다음 공은 없다, 공 하나에 혼신을 다해라.” 왜 그들은 공 하나, 볼넷 하나를 우습게 봤을까. 그게 자신들의 야구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각본 있는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는 게 가장 아픈 현실이지. 에잇, 빨리 야구나 해라. 이승엽 선수 홈런이나 보고 싶다.

김양희 스포츠부 기자 whizzer4@hani.co.kr

▶ 매일 아침, 1면부터 32면까지 신문 전체를 꼼꼼히 읽지만 도대체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건지 알 수 없어서’ 고민이라는 독자 나꼼꼼씨. 나꼼꼼씨를 위해 ‘친절한 기자들’이 나섰습니다. 전문용어만 즐비하고, 조각조각난 팩트와 팩트 사이에서 길을 잃은 뉴스의 실체와 배경, 방향을 짚어드립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궁금한 뉴스가 있을 땐 언제든지 kind@hani.co.kr로 전자우편을 보내주세요.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토요판] 리뷰&프리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