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낮 서울 노원구 상계동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약지(약속지킴이)25’ 모임 의원들과 함께 점심 배식봉사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경기규칙 개선과 재벌개혁 넘어
경쟁 패배자 끌어안을 수 있을까
경제민주화가 올해 연말 치러질 대통령선거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5년 전 대선 드라마가 무턱대고 ‘경제살리기’라는 단일 줄거리를 뼈대로 전개되다가 결국 ‘경제를 살릴, 최고경영자(CEO) 출신 후보’의 당선으로 싱겁게 끝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현재로선 경제민주화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새누리당의 유력후보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사실 역시 부인하기 힘들다.
아직까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머릿속에 그리는 경제민주화의 온전한 실체가 드러난 건 아니다. 5년 전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 질서는 세우자) 공약으로 경제살리기 논쟁에 올인했던 그가 어떤 밑그림으로 더 심오한 과제인 경제민주화에 나설지 섣불리 가늠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경제민주화 공약을 가다듬을 그의 정책그룹엔 서로 다른 성향의 인물들이 한데 뒤섞여 있다.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잡음’을 잠재우고 경제민주화라는 목표를 끝까지 밀어붙일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과연 ‘박근혜표 경제민주화’호가 다다를 마지막 지점은 어디일까?
새누리당 내부와 그 주변 인사들 사이에서 현재 교집합이 가장 큰 해답은 ‘공정한 시장경제’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는, 간 큰(!)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 상태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잠시 공정한 시장경제라는 그들의 용어를 받아들인다 치자. 하지만 여기에서도 첫번째 작은 갈림길 하나가 나타난다. 단순하게 보자면, 한쪽은 공정한 경기가 열리도록 ‘규칙을 제대로 지키자’는 주장이고, 다른 한쪽은 ‘(현재의 경기규칙은 다소 불완전·불충분하니) 새로운 규칙을 일부 추가·보완하자’는 주장이다. 전자가 엄격한 법 집행 정도를 내세운 구두선 주장에 가깝다면, 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한다거나(사전적), 징벌적 배상제 도입(사후적) 등 최소한 현재의 규칙을 일부 뜯어고치는 데는 동의하는 편이다. 적어도 박근혜표 경제민주화호는 첫 갈림길은 무사히 지나칠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 갈림길은 상대적으로 큰 가지다. 새누리당 내 ‘경제좌파’라 불리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조차 내심 고민하는 갈림길이다. 단지 경기규칙을 보완하거나 제대로 지키는 것만으로 공정한 시장경제가 달성되는 건 아니다. 좁은 의미의 경기규칙이 공정한가 여부와는 무관하게, 경기에 참가하는 행위자(플레이어) 자격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탓이다. 마치 나이 제한을 둔 경기에 무자격 선수가 참가한다거나, 격투기 경기에서 체급을 무시한 채 경기를 벌이도록 하는 일과 마찬가지다. 흔히 공정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일러 ‘승자독식’이라 비난하지만, 정확히는 승자독식에도 이르지 못한 ‘강자독식’이 좀더 적확한 표현이다. 공정한 규칙대로 경기를 치러 승자가 그 열매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강자가 규칙을 좌지우지하며 열매를 독차지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 갈림길에서 박근혜표 경제민주화호가 방향을 잃지 않으려면, 당연히 시장과 경기규칙을 교란하는 행위자인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에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야 한다.
최우성 경제부 정책금융팀장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