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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31 19:56 수정 : 2012.09.26 14:48

[토요판] 리뷰&프리뷰 다음주의 질문
역대 가장 자유주의적 보수당 후보
전당대회서 그의 목소린 없었으니…

미국 공화당은 ‘링컨의 당’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낸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존경받는 것은 노예해방 때문이 아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미국이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당시 노예문제로 표출된 남북의 분열은 미합중국을 와해시킬 위기였다. 링컨에게 노예해방은 연방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는 한 편지에서 “이 투쟁에서 나의 최고의 목적은 연방을 지키는 것이고, 노예제를 지키거나 폐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만약 내가 노예해방 없이 연방을 지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모든 노예를 해방시켜서 연방을 지킬 수 있다면 역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노예에 대해, 유색인종들에 대해 하고자 하는 것은 연방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방을 지키려면 전쟁이 불가피하고, 전쟁에서 이기려면 노예를 해방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타협하지 않았다. 링컨은 당시로는 가장 당파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철저히 북부의 신흥 상공계층의 이익에 섰다. 당시 신생정당 공화당의 기반이었다. 링컨과 공화당의 이런 입장은 결국 지금의 미국, 강력한 연방국가의 기틀을 잡았다. 당시 공화당은 미래지향적이었고 진보적이었다.

150년이 지난 지금 공화당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창당 때 지지기반이던 동부 연안과 대도시는 민주당의 아성이 됐다. 민주당의 지지 지역이던 남부와 중서부 지역이 공화당의 아성이 됐다. 전후 미국 정치지형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 지역의 완전한 역전이다.

링컨과 공화당이 노예제도에서 해방시킨 흑인의 94%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반면, 이번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된 밋 롬니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없었다고 <엔비시>(NBC)와 <월스트리트 저널>이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노예해방 직후 흑인 유권자의 거의 100%는 공화당을 지지했는데, 이제 0%가 된 셈이다. 흑인의 정당 지지성향은 20세기 이후 민주당 우위이기는 했으나, 0%에 가까운 것은 충격이다. 오바마가 첫 흑인 대통령에 나설 때도 흑인들의 정당 성향은 이렇게 극단적이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공화당 우경화에 박차를 가한 1980년 레이건 혁명 때의 공화당 정강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그것에 비하면 민주당 같았다고 표현했다.

레이건의 공화당은 낙태에 반대했지만, 다른 의견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정강은 낙태 반대에 대한 다른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레이건의 공화당은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교육과 취업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선언했으나, 이번 정강은 영어가 미국의 공식언어라고 못박았다. 레이건의 공화당은 도시에서 대중교통의 확장을 지지했으나, 이번 정강은 대중교통을 확충하려는 민주당 정부의 정책은 집단주택과 공영교통에 기댄 도시생활만을 배려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롬니는 전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가운데 가장 비공화당적인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모르몬교도에다가, 애초 정치성향은 친민주당 무당파였다. 아버지 조지 롬니도 60~70년대 공화당의 대표적 진보파였다. 롬니는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이번 대선의 쟁점인 오바마 의료보험개혁의 원형인 주민개보험 제도를 미국에서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아마 20세기 이후 가장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보였던 공화당 후보이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미국에서도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면 당은 그의 색깔로 간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롬니의 목소리는 없었다. 롬니는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수락연설에서도 정책은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의 주인공은 롬니가 아니라 티파티 등 공화당 내 강경보수 그룹이었다.

링컨의 공화당은 미래와 진보가치에 바탕을 둔 비타협적 당파성으로 미국을 구하고 부흥시켰다. 지금 롬니의 공화당이 링컨의 공화당과 같은 것이 하나 있다면 비타협적 당파성이다. 문제는 그 당파성의 내용이다.

이번 대선에서 롬니와 공화당의 더 큰 문제는 ‘롬니의 공화당’이 아니라 ‘공화당의 롬니’라는 것이다. 롬니는 앞으로 후보인 자신을 부각하고, 당 이미지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번 미국 대선의 최대 변수이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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