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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28 17:06 수정 : 2012.09.29 10:36

하어영 정치부 통일외교팀 기자

[토요판 / 리뷰&프리뷰] 친절한 기자들

친절한, 기자, 정치부 하어영입니다. 며칠 전 중국의 항공모함(이하 항모) ‘랴오닝함’이 취역한 것을 두고 여전히 말이 많습니다. 중국은 항모를 바다에 띄운 것만으로도 어깨에 힘을 좀 주는 모양입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처럼 전문가를 내세워 랴오닝함이 당분간 항모 능력을 갖기 힘들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매체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중국 군사력의 부상에 긴장합니다. 그만큼 항모는 전쟁이라는 말과 맞닿아 있습니다. 핵무기만큼이나 무서운 녀석임에 틀림없지요. 항공모함은 ‘움직이는 군사도시’거든요. 바다 위 어디든 작전반경 수천㎞에 이르는 최신예 전투기를 수십대 싣고 가서 몇 달 동안 보급 없이 전쟁을 치를 수 있습니다. 그 안에 병원과 교회도 품고 있습니다. 항모와 함께 움직이는 이지스함, 순양함, 구축함 등을 고려하면 항모 전단 하나가 웬만한 나라의 군사력을 압도하고도 남죠.

실제로 1910년 나무로 만든 임시활주대를 설치한 순양함 버밍엄함에서 처음으로 항공기가 하늘을 난 이래로 지난 100년 동안 포클랜드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을 통해 상대를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군사력·경제력 등 경쟁관계에 있는 나라의 항모가 자국에 접근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게 국제적인 상례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천안함 사건 직후 미국의 니미츠급(가장 큰 항모 단위, 배수량 9만t) 항모인 조지워싱턴호가 동해안에서 우리 군과 훈련을 펼치자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현재 러시아, 미국,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 중에 항모를 갖지 않은 나라는 일본뿐입니다. 일본도 이착륙거리가 짧은 전투기를 운용할 능력을 가진 함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애매하긴 하지만 있다고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언론에서 경제력이나 국가 위상과 항모 운용을 연결짓는 것에 의문을 갖는 분도 계실 듯하지만, 미국의 니미츠급 항모의 1년 예산이 3000억원 정도라고 추산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이 항모를 경매시장에 내놓는 현실을 보면 항모 보유는 한 국가의 자격과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최근 경기불황을 겪으면서도 항모를 10여척이나 운용하는 걸 보면 그렇습니다. 가히 항모는 패권을 누리는 자, 누리고자 하는 자의 필수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실제로 항모를 보유한 나라도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브라질, 타이, 인도 등 9개국 정도입니다(경항모 포함).

그래서입니다. 랴오닝함을 위협으로 평가하는 이면에, 애써 ‘아직은 깡통’이라고 폄하하려고 하는 것은요. 중국의 위상을 어디에 둘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들어 있는 것입니다.

실제 작전 능력은 어찌되냐고요? 랴오닝함이 1998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들여온 쿠즈네초프급 ‘바랴크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을 기준으로 말씀드려야겠네요. 갑판길이 302m에 항공기 60여대와 병사 2000여명을 싣고 최대속력 29노트(시속 53㎞)로 움직이게 되죠. 특히 항모에 탑재할 접이식 날개를 가진 ‘젠-15’라는 전투기는 러시아 ‘수호이-33’을 기본틀로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투기죠. 랴오닝함이 북해함대로 배치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만약 그렇게 되면 젠-15의 작전반경(700㎞)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전체가 랴오닝함의 작전반경 안에 포함되는 것이죠.

자, 우리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우리나라에 항모가 있을까요?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없다’입니다. 2007년 강습상륙함 독도함이 취역했을 때 중국·일본의 언론에선 한국이 항모를 운용하게 됐다고 펄쩍 뛰었지만, 사실 독도함을 항모라 하기는 좀 민망하죠. 1만9000t급이니 작은 항모로 분류될 수 있을 만큼의 크기는 맞지만 전투기 운용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당당하게 상륙지휘를 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박수를 받을 만하다는 게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에 항모를 운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것은 복잡한 판단의 영역입니다. 조심스럽게 개인 의견을 더하자면, 항모를 띄워서 군사력으로 주변국을 압박(또는 전쟁을 수행)하고 정치적 해결을 도모하는 방법을 우리가 쓸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평화를 위한 국방은 어디까지일까요. 딱 맞지 않을 만큼만, 때로는 허세 섞인 정의감에 나서도 적당히 맞을 만큼의 체력에 만족했고, 과도한 ‘주먹’으로 허세를 부려가며 굳이 옆 학교 짱과 붙고 싶지는 않았던 저로서는…. 답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하어영 정치부 통일외교팀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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