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1.02 18:41
수정 : 2012.11.02 21:50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롬니 당선-불안정한 시진핑 체제
일 아베까지 집권하면 최악 구도
다음주 국제사회는 거대한 이벤트를 치른다. 6일의 미국 대선과 8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공산당 당대회다. 양대 강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지도부 동시 개편은 서로에게 줄 상호작용을 고려할 때,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 국제사회에 영향을 끼칠 초대형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 대한 영향은 당장 쓰나미처럼 덮칠 수도 있다. 지도부 개편 결과가 어떠하든, 그 공통분모는 두 나라의 경쟁과 갈등이 커진다는 것이다. 지금 두 나라는 1970년대 초 관계 정상화 이후 세번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첫 국면은 핑퐁외교 이후 1989년 천안문 사태까지다. 미·중은 소련 견제라는 전략적 공통목표를 놓고 이 기간 동안 우호와 협력 관계를 확장했다.
천안문 사태부터 최근까지는 두번째 국면이다. 두 나라 관계 정상화의 전략적 배경은 증발했다. 중국 공산당 체제를 위협한 천안문 사태는 미국과 중국으로 하여금 상대방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소련 견제라는 전략적 공통목표가 사라진 자리에는 경제협력이라는 양국의 실리가 들어섰다. 중국은 미국 시장을 자신들의 경제성장터로 활용했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에 물건을 팔고 번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샀다. 미국은 중국의 싼 상품으로 인플레를 막고, 중국에 국채를 팔아서 달러를 다시 흡수했다. 모두에게 윈윈 게임이었다.
하지만 커지는 중국의 힘은 결국 두 나라 관계의 질을 바꾸기 시작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중국과 동남아 국가 사이의 남중국해 영해분쟁에 개입하면서 노골적인 중국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아예 ‘아시아·태평양으로의 귀환’을 공식 천명했다.
두 나라는 지난해 중국의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서로의 관계를 ‘전략적 협력자’로 여전히 규정했다. 그러나 관계의 본질이 ‘전략적 경쟁자’로 변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왔다. 두 나라의 지도부 개편으로 양국 관계는 세번째 국면, 전략적 경쟁관계로 본격 진입할 것이다. 두 나라 지도부 개편의 결과에 따라 그 전략적 경쟁관계의 강도도 정해진다.
두 나라 지도부 개편의 몇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우선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하고 중국에서 시진핑 체제가 순조롭게 출범하는 경우다.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다. 두 나라의 경쟁과 갈등이 갑자기 증폭될 우려는 없겠으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될 경우, 자신이 선언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으로의 귀환을 본격화할 것이다.
둘째는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고 시진핑 체제에서 보수파 내지 좌파의 입김이 커지는 경우다. 현재 중국은 1976년 마오쩌둥 사후 4인방 제거 이후 가장 극심한 권력투쟁이 노출되는 상황이다. 시진핑 체제는 분명 큰 부담을 안고 출범할 공산이 크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취약한 권력토대 속에서 출범한다면, 나라 밖 문제 대응에서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일본과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이 초강경 대응을 펼친 것도 중국 내 권력투쟁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셋째는 미국에서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고, 중국에서는 시진핑 체제의 원만한 출범이 좌절되거나, 보수파 혹은 좌파들의 입김이 극대화되는 경우이다. 롬니는 자신이 집권하면 집무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공약이 현실화될지는 의문이나, 롬니의 집권은 양국 관계를 단기적으로 극적인 긴장관계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다. 안정화되지 못한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도 대미관계에서 더욱 강경대응할 것이 분명하다.
변수는 또 있다. 한국과 일본의 지도부 개편이다. 일본에서는 극우파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의 내년 집권이 유력하다. 그가 집권하면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센카쿠열도 문제 등을 놓고 대중관계에서 더욱 중국을 자극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한국에서도 새누리당 보수정권이 연장되면, 이런 추세의 동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지만, 미-일 동맹이 요구하는 중국 견제 동참에 쉽게 화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롬니-중국의 불안정한 지도부-일본의 아베라는 최악의 불협화음 구도까지 상정하면서, 한국은 미·중의 전략적 경쟁관계 속에서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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