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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16 21:27 수정 : 2012.11.16 21:27

이광범 특별검사(왼쪽)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팀 수사결과 기자회견을 열기 전, 서형석 공보특별수사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부실수사·검사비리 동시 드러나
검찰, 스스로 개혁대상 인정해야

특별검사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등 국민적 의혹에 대한 수사를 검사가 아닌 독립된 변호사가 맡도록 하는 제도다. 그때그때 국회에서 제정하는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다. 특임검사는 검사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고 소추하도록 검찰총장이 검사 가운데 지명한다. 대검찰청 훈령 제158호 ‘특임검사 운영에 관한 지침’이 근거다.

그런 특별검사와 특임검사가 동시에 수사를 벌인 초유의 사태가 지난 며칠간 벌어졌다. 지난달부터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의 수사를 해온 이광범 특별검사는 대통령의 수사기간 연장 거부로 지난 14일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중단했다. 지난 10일 지명된 김수창 특임검사는 15일 뇌물 등의 혐의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상당히 빠른 속도다. 이대로라면 검찰이 수사했던 사건과 검사가 저지른 범죄가 함께 수사대상이 된 검찰의 굴욕은 곧 마무리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두 사건의 파장까지 금세 끝날 성싶지는 않다. 내곡동 사건과 김광준 부장검사 사건은 오래 곪아온 검찰의 치부를 드러냈다.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수사 내용대로라면, 김광준 검사 사건은 죄질이 심각하다. 건네받은 돈의 크기나 차명계좌를 동원한 수법도 그렇거니와 그 성격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김 검사는 ‘직무와는 무관하다’고 애써 자위할 수도 있는 스폰서의 지원이나 향응을 받는 데 그친 게 아니라, 대놓고 사건 무마를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국가 형벌권을 한 손에 쥔 검사가 사건을 돈 받고 팔아먹은 꼴이니, 단속 정보를 흘리고 돈을 받은 비리 경찰보다 훨씬 중대한 범죄다.

그런 일이 그 한 사람뿐일까. ‘썩은 사과 한 알’을 들어내면, 다시 “검찰보다 깨끗한 조직이 어디 있느냐”(2010년 5월 김준규 전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강연)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썩은 사과는 더 있을 수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오래된 금언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에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내곡동 사건은 검찰이 그런 막강한 권한을 독점할 자격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 특검에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날짜부터 정황까지 엉터리로 대충 작성한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의 서면진술을 받고서도, 소환조사는커녕 통화내역과 신용카드 조회 등 최소한의 확인 수사도 하지 않았다. 범죄 수사권(형사소송법 제195, 196조)을 지닌 검찰이 수사의 ‘에이비시’(ABC)를 무시한 부실 수사를 한 것이다. 검찰은 또 청와대 경호처가 나랏돈 수억원을 손해 보면서 대통령 일가에게 금전적 이득을 줬음이 드러났는데도 관련자를 기소하지 않았다. 수사 책임자는 ‘배임의 수혜자가 대통령 일가로 이어진다’는 점을 걱정했다고 내비쳤다. 기소권을 독점해 기소 여부를 뜻대로 정할 수 있는 검찰(형사소송법 제246, 247조)이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이다. 특검 수사로 더욱 분명해진 사실이다. 누가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는가.

여현호 사회부 선임기자
애초 검찰이 독점적 기소권에 더해 강력한 직접 수사력을 포함한 수사권까지 장악하게 된 데는 ‘입법자의 결단’이 있었다. 형사소송법을 처음 만들던 1954년의 국회 공청회에서는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집중되면 검찰 파쇼를 초래할 수 있는데, 이것이 중앙집권적인 경찰 파쇼보다는 그래도 낫다’는 말이 있었다. 일제의 잔재가 여전했고 참고인까지 고문으로 죽이기 일쑤였던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장래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공감은 있었다. 한격만 당시 검찰총장은 그런 의견이 법리상 옳다면서도 “100년 후면 모르겠지만…”이라고 ‘시기상조론’을 폈다.

그로부터 60년이 다 된 지금, 검찰이 경찰보다 더 낫다고 말할 구석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대통령 후보들이 저마다 검찰 권한의 분산을 뼈대로 하는 사법개혁안을 내놓은 것도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때문이겠다.

이쯤 되면 대국민사과나 그럴싸한 자정대책 정도로 무마될 일은 아니다. 이제 검찰은 자신이 개혁 대상이라는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현호 사회부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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