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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25 21:44 수정 : 2013.01.25 21:44

[토요판] 키워드 놀이

어맛. 당신은 미자·영자·숙자도 아니고 배자 씨예요. 사미자 씨 아니고 사배자 씨요. 고백하건데 우리 모두는 사실 배자 씨를 싫어했어요. 그 이름만으로도 남들과 다른 형편임을 고백하는 딱지와도 같았거든요. 그래도 배자 씨가 있어 출발선이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의 문이 열렸고, 덕분에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골고루 성장해왔다는 정도는 알아요. 사회적 약자인 배자 씨를 우선 배려하는 것에 대해 이 시대 교양인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니까요.

그런데 사배자 씨가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어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녀가 한 국제중학교에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으로 합격했어요. 경제력을 떠나 이 부회장의 자녀가 한부모자녀, ‘사회적배려대상자’인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런 이유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명은 뭐랄까, 이건 마치 억대 연봉을 받는 프리랜서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나는 비정규직이다’라고 농치는 것과 같지 않아요? 아예 자녀를 위한 학교를 새로 세우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요? 교양 없는 사회라 배자 씨께 죄송하고 또 죄송하네요.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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