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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12 21:06 수정 : 2013.04.12 22:12

허승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한화가 왜 3연패를 당하고 있는지 알아?”

지난 2일 경남 마산야구장 기자실에서 한 기자가 말을 꺼냈습니다. 한화가 기아에 9-5로 진 날이었습니다. 저는 이어지는 말에 귀 기울였습니다. “그건 한화가 아직 3경기밖에 안 했기 때문이지.” 사실이었습니다. 한화가 12일 열한번째 경기를 마쳤을 때 연패 숫자는 ‘11’로 늘었습니다.

엔씨(NC)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엔씨는 11일 감격의 첫 승을 올리기 전까지 7연패로 역시 최하위였습니다. 11일 첫 승 테이프를 끊었지만 두 팀은 올 시즌 독보적인 꼴찌 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팀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신생팀 엔씨의 역사적인 첫 경기와 첫 승리 기사를 쓴 ‘역사 전문’ 허승 기자입니다. <네이버> ‘지식인(in)’의 역사 카테고리를 보면 가끔 “여포랑 항우랑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클레오파트라, 양귀비 중에 누가 더 예뻐요?” 같은 질문이 올라옵니다. 최고를 가리는 것은 꼭 ‘초딩’이 아니어도 궁금한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두 팀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한화와 엔씨 중 누가 더 약할까요?” 따위의 질문도 받곤 합니다. 저도 궁금합니다. 두 팀은 16일부터 운명의 3연전을 벌입니다. 여기서 최약체가 가려지겠죠. 그 전에 두 팀의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개막 전부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두 팀을 ‘2약’으로 꼽았습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못할 줄은 몰랐죠. 두 팀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이 어리석은 질문에 한 해설자는 현명한 답을 내놓습니다. “문제점이 뭐가 있겠어요. 약한 게 문제지.”

맞습니다.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투수들은 승부처에서 무너지고, 타자들은 찬스에서 적시타를 못 때리고, 수비는 불안하고, 주루 플레이는 미숙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팀이 ‘비슷한 듯 다른 상황’이라고 합니다.

엔씨는 경험이 없는 신생팀입니다. 약한 것이 당연합니다. 김경문 엔씨 감독은 “서울에 와서 원정경기를 치르는 것조차 다 경험”이라고 할 정도로 경험이 부족한 팀입니다. 손쉬운 땅볼 타구도 천연 잔디구장을 처음 접하는 선수들에게는 변화무쌍한 마구처럼 보입니다. 엔씨는 수비에서 8경기 동안 13개의 실책을 쏟아냈습니다.

엔씨 선수단은 대부분 1군 경험이 없는 선수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엔씨 선수단 가운데 1군 경험이 있는 선수는 10여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이호준과 이현곤 정도를 제외하면 대개 전 소속팀에서 보호선수 20인에 포함되지 못해 엔씨의 특별지명을 받은 비주전급 선수들입니다.

한화는 조금 다릅니다. 1986년 창단돼 한국시리즈에 6번 진출한 화려한 과거가 있습니다. 시즌 연봉 최고액(15억원)의 김태균과 최진행, 김태완으로 구성한 중심타선은 꽤 무게감 있습니다. 이대수와 오선진의 테이블세터(중심타선에 앞서 득점 찬스를 마련하는 1·2번 타자)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만 2007년 이후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가장 높은 팀 방어율(4.55)과 가장 낮은 팀 타율(0.249)을 기록할 정도로 약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수비 역시 기존 8개 구단 중 가장 불안하죠. 여기에 1~3선발을 맡았던 류현진(미국 진출), 박찬호(은퇴), 양훈(군 입대) 등도 팀을 떠났습니다.

전문가들은 한화의 전력이 개막 11연패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데니 바티스타, 이브랜드, 김혁민으로 구성된 1~3선발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입니다. 그런데도 연패 과정에서 선발 투수의 평균자책은 큰 폭으로 치솟았습니다. 팀 타율도 0.250 안팎이어서 9개 팀 중 중하위권입니다. 주자가 나가 있어 득점권일 때 집중타가 터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팀 부활 사명을 갖고 ‘노구’를 이끌고 현장에 돌아온 김응용(72) 감독은 죽을 맛입니다. 과거 해태·삼성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 10번 우승의 전설적인 사령탑이며, ‘무언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장악했지만 이번엔 앞이 캄캄합니다. 일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과거 쌍방울 등 약팀을 개조했고, 에스케이를 강호 반열에 올려놓은 김성근 감독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좌우간 어려운 상황, 두 팀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전력은 한화가 앞서고, 팀 분위기는 패배에 대한 부담이 없는 엔씨가 좋다고 합니다. 16일 1·2위 맞대결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8·9위 맞대결이 펼쳐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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