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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07 20:36 수정 : 2013.06.07 21:20

‘경제민주화 국민운동본부’와 ‘전국 을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제민주화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를 차질 없이 실천해 나가겠다.” “6월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들이 정부 여당의 약속대로 처리되지 못하면 그 책임은 온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몫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구동성으로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밝혔다. 취임 100일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창조경제를 제대로 꽃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관련 대선공약의 대부분을 새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했다.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선, 지배주주의 사익편취행위 근절,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4개가 그 핵심 분야다. 하지만 지난 4월 국회에서 처리된 사안은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협의권 부여와 부당 단가인하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이상 하도급법), 국회가 별도 추진한 연봉 5억원 이상 상장기업 등기이사의 보수 공개(자본시장법) 등 단 3개에 그쳤다.

“6월 국회는 경제민주화 입법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지난 4일 국회 경제민주화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경제민주화 법안이 6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 집권 기간에 법 개정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사실상 힘들어진다. 6월 국회는 경제민주화 이행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정부 5년간의 성패와도 직결된다. 경제민주화 없이는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은 물론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와 경제부흥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선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가맹점주 권리 강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 순환출자 규제, 금산분리 강화, 재벌 총수의 횡령 등에 대한 법집행 강화 등 대기중인 핵심 법안만 수십개에 달한다.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충실히 뒷받침해야 할 새누리당의 이중성도 복병이다.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속도조절론, 경제살리기 우선론 등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대 걸림돌은 재벌과 보수언론들이다. 이들은 남양유업 사태, 씨제이 비자금 수사, 인터넷언론 <뉴스타파>의 조세회피처 내 페이퍼컴퍼니 폭로로 잠시 눈치를 보는 것 같더니, 결국 경제민주화 입법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재벌 총수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은 “경영환경의 악화로 생산기지 해외이전이라는 ‘한국 경제의 엑소더스’가 우려된다”며 대국민 협박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내용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제기된 다양한 개혁 방안들 중에서 ‘최소 수준’이다. 또 박 대통령의 공약은 대기업의 법 위반이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사후적 제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거나, 재벌을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것에는 지극히 소극적이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최소 수준’의 경제민주화는 재벌에는 새로운 경영환경에 연착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개혁정권이 ‘최대 수준’의 경제민주화를 밀어붙이는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재벌은 지금 경제민주화에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보수정권에 의한 최저 수준의 경제민주화마저 실패해 한국 사회의 경제사회적 모순이 더욱 심해질 경우, 그다음엔 더 강도 높고 급진적인 개혁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봇물처럼 터져나온 ‘을의 반격’은 그 예고탄이다. 역사의 교훈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세력은 그 누구든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벌은 경제민주화 입법을 계속 반대하려면, 먼저 양극화 해소와 ‘갑을구조’ 타파, 지속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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