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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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어이, 블레어”라며, 아랫사람을 부르는 듯 말을 꺼냈다. 2006년 7월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외교 현안이던 레바논 전쟁의 해법을 놓고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괄호 안은 두 정상이 말하려는 의도를 직설적으로 풀이한 것이다. 부시: 코피는 어때? 휴전이나 다른 것들에 대한 그 사람 태도란…(당신이랑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레바논에 평화유지군를 파병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릴 했다며?) 블레어: 이 국제적 사안에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전쟁을 끝낼 수 없을 겁니다(평화유지군을 보내야 합니다!). 부시: 글쎄…(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블레어: 내가 현재 상황이 어떤지를 한번 봤으면 아주 좋겠어요.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일이 꼬일 것이라고 당신도 말했잖아요.(내가 중동에 가는 걸 허락해줘요!) 부시: 콘디가 곧 갈 거야.(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가는데 당신까지 나설 필요는 없잖아?) 블레어: 그러나 적어도 사람들한테는 뭔가를 줘야 할 텐데…(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부시: 그건 절차인데…, 콘디에게 당신의 제안을 말했어요.(콘디가 할 거야). 블레어: 콘디가 뭔가 준비가 필요하다면, 거기 가서 성공한다면 한편으로 나도 거기 가서 얘기할 수 있을 텐데…(나도 한몫 거들 수 있는데). 부시: 당신도 알다시피…해야 할 일은 시리아가 헤즈볼라에게 이 빌어먹을 일을 중단시키는 것이야, 그럼 일은 끝이야.(시리아 놈들의 멱살을 잡아 헤즈볼라 놈들의 테러를 그만두게 하면 끝날 일인데, 무슨 놈의 평화유지군이야!) 이 대화는 본 회의에 앞서 두 정상이 개인적으로 나눈 것이다. 마이크가 켜져 있어서 언론에 누출됐다. ‘비굴’과 ‘굴종’이 난무하는 대화였다. ‘부시의 푸들’이라는 블레어의 모습을, 영국은 미국의 허락 없이는 국제외교에서 몫이 없음을 보여줬다. 영국 여론은 그냥 가십거리로 치부했다. 두 나라 관계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렇게 해서라도 중동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챙겨야 했다.
국가정보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 공개를 외국 정상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27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인민대회당 회동. 베이징/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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