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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19 19:42 수정 : 2013.07.21 10:11

송경화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토요판] 리뷰&프리뷰 친절한 기자들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기자, <한겨레> 경제부 송경화입니다. 올해 초 ‘신용카드 무이자할부, 안 해주면 당신들도 손해~’를 쓴 뒤 두번째 등장이네요. 오늘은 전두환(82) 전 대통령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새 사회부나 정치부로 옮겼냐고요? 아닙니다. 아직 경제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34일째 전 전 대통령 취재를 하고 있어요. 한겨레가 경제부, 사회부 기자들을 모아 ‘전두환 특별취재팀’을 만들었거든요. 한달 새 한겨레에 전 전 대통령 기사가 많았던 이유는 그런 영향입니다. 이번주 검찰도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전 전 대통령 기사를 쓰면 이런 댓글이 자주 달립니다. “대통령은 무슨! 어차피 전직 대통령 예우도 박탈당하지 않았나요?”, “전씨에게 ‘전직 대통령’이란 호칭 달지 마시오!”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겨레를 비롯해 언론들의 호칭은 대체로 ‘전 대통령’입니다. 물론 ‘군사반란 수괴’(한겨레 7월18일자 사설), ‘국법과 국민에 대한 반항’(조선일보 7월17일자 사설) 등의 수식과 함께지만요. 법적으론 어떻게 될까요?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란 법이 있습니다. 1969년 1월22일 만들어졌으니까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것이네요. 전 대통령에게 현재 대통령 보수의 95%를 연금으로 지급하고, 기념사업을 지원하며, 경호와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합니다. 퇴임 뒤에도 위신을 유지할 수 있게 하자는 거죠. 1988년 2월 퇴임한 전 전 대통령은 이런 ‘예우’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다 1995년 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이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내란죄를 저지른 인물이 국민 세금으로 연금까지 받는 건 너무하지 않냐는 거죠. 그래서 그해 12월29일 부랴부랴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경호·경비를 제외한 모든 예우를 박탈하는 겁니다. 재직 중 탄핵으로 퇴임한 경우나 형사처벌을 피해 외국에 도피한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경우도 박탈 대상이 됩니다. 개정안의 첫 대상자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됐죠. 아직까진 처음이자 마지막 적용입니다.

그런데 이 법에는 ‘호칭’ 문제까지 규율하고 있진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전 전 대통령을 어떻게 부를지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인 것이죠. 현재 분위기는 “대통령 호칭 자체도 과하다”인 것 같습니다. 동의하는 독자분들이 다수일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만,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전씨가 대통령이었던 것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팩트이자 역사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전 대통령’이라고 써도 독자분들은 각자 다르게 읽으실 걸로 예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전씨, 누군가에게는 ‘○○’으로 읽히겠죠.

전 전 대통령 본인은 어쩌면 ○○을 ‘각하’로 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에겐 가장 익숙한 호칭일 테니까요. 이는 최근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2010년 그의 모교인 대구공고 후배들은 동문체육대회를 열며 ‘각하 내외분 만수무강 기원’ 펼침막을 걸고 운동장에서 큰절을 하기도 했거든요. 전 전 대통령은 손을 흔들며 화답했고요.

아, 저도 이 ‘각하’라는 말을 육성으로 들은 적이 있는데요. 2009년 법원에 출입할 때 일인데, 서울고법에 비자금으로 만든 회사를 내놓으라며 동생과 조카를 상대로 소송을 낸 노태우(81) 전 대통령의 민사 재판을 취재하면서였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와병중이라며 남편을 대신해 김옥숙(78)씨가 법정 증인으로 나왔는데, 입에 밴 듯 남편을 계속 ‘각하’라고 부르는 겁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전 전 대통령처럼 추징금을 다 안 내고 있죠. 그와 동생, 조카에 사돈까지 얽힌 ‘비자금 내놔라’ 공방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한달간 취재하면서 접한 전 전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은 그를 ‘어른’이라고 불렀습니다. ‘집안 어른이…’, ‘어른께선 모르시는 일이고…’ 이런 식이었습니다. 어른이라…. 문뜩 동시 하나가 떠오릅니다. 5·18 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의 공모전에서 지난해 상을 받은 서울 연희초등학교 5학년 유승민군의 ‘29만원 할아버지’라는 시인데요. ‘우리 동네 사시는/ 29만원 할아버지/ 아빠랑 듣는 라디오에서는 맨날 29만원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큰 집에 사세요?’라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할아버지라는 호칭이 ‘어른’의 다른 말일까요? 이 역시 각자 다르게 읽으실 것 같네요.

송경화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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