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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06 20:21 수정 : 2013.09.06 22:06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경기 수원지방법원에 나오고 있다. 수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내란 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의원 구하기에 통합진보당이 올인하고 있다. 당원 1만명 실천단을 만들어 1인시위와 촛불집회 등 각종 장외투쟁을 계획하는가 하면 치열한 법정 투쟁도 준비중이다. 이를 위해 투쟁기금 10억원 모금에 들어갔으며, 이정희 대표는 직접 변호인으로 나섰다.

통합진보당이 이처럼 안팎으로 이석기 살리기에 나선 까닭은 비슷한 성공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당내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건으로 이 의원과 김재연 의원이 사퇴 압박을 받았을 때, 이들은 분당 사태를 감내하면서까지 버틴 끝에 살아난 경험이 있다. 검찰 수사에서도 두 사람은 직접 부정선거에 개입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기소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사건에서도 그때의 재현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이 의원의 내란 음모와 내란 선동,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 혐의를 법정에서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지하혁명조직이라는 ‘RO’(Revolution Organization)가 구체적인 내란 계획과 실행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증거로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이 점에서 승리를 자신하는 듯하다.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긴다”(이 의원), “바로 몇 달 뒤면 모든 것이 정상화돼서 이석기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이정희 대표)라는 공언은 이런 자신감의 표현이다.

엄격한 증거로 다투는 법정에서는 통합진보당의 구상이 일정 부분 성공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이 현재까지 내놓은 ‘결정적인’ 증거인 5월12일 서울 합정동 모임의 녹취록만으로는 내란 모의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게 법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100여명이 비비탄을 개조한 소총과 사제폭탄으로 무장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영토 일부를 참절하거나 헌정 질서를 전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법률 다툼보다 더 중요한 민심 법정을 간과하고 있다. 설령 법정에서 이 의원의 혐의가 일부 벗겨지더라도 국민들이 그의 언행을 용납할 것 같은가. 5월12일 모임의 토론이 ‘농담’이었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 동조할 거라고 보는가.

지금 국민들은 낮에는 평화와 평등을 외치면서 밤에는 게릴라식 무장투쟁과 조직의 일체성을 논하는 이석기 그룹의 진짜 모습에 놀라고 있다. 유사시에는 총을 들고 결국 남한 국민의 삶의 기반인 통신과 전기, 유류 시설 등을 파괴하자는 발상 자체에 경악하고 있다. 더구나 조직의 이름이야 뭐가 됐든 ‘대표님’과 ‘지휘원’ 등으로 구성된 엄격한 위계 속에서 북한식 ‘총화’를 흉내내면서 북핵을 찬양하는 모습도 낯설기 그지없다. 도대체 그들이 진보인가,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공당이라면 마땅히 자체 진상조사부터 했어야 한다. 그 결과 모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관련자들을 출당 등 징계하고, 사법당국에도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 국정원이 수사했기에 조작이라고만 주장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공안 탄압이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자기 정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지금처럼 이석기 구하기에만 몰두해서는 통합진보당 전체가 이 의원이 주도하는 경기동부 그룹과 한통속으로 낙인찍힐 뿐이다.

김종철 정치부 기자
그 끝은 주체사상을 못 버린 경기동부만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소멸이다. 새누리당 등 여권 일부에서 검토하는 정당 해산 등 법률적 조처가 문제가 아니다. 그 전에 국민의 외면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된 세상”을 내건 통합진보당이 거듭나서 진보의 그릇으로 남을지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는 전적으로 1만여명의 당원 손에 달렸다.

김종철 정치부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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