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정치부 하어영입니다. 돌이켜보면, 친절한 기자라기보다는 걱정 많은 기자에 속합니다. 그 걱정들을 오늘은 좀 친절하게 풀어보겠습니다. 국가정보원, 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사건 특검 도입으로 나라가 들썩일 때, 난데없이 이어도가 온 지면과 텔레비전, 온라인을 장악했습니다. 국내 사정도 복잡한데, 국외 사정까지 더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국외 사정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네요. 우선 ‘이어도’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합니다. 이어도가 단골 횟집이라고요? 아, 네. 그곳 간판에 섬이 그려져 있다고요? 그래서 섬이라고요. 해양과학기지도 있다는데…. 아뇨~. 이어도는 수면으로부터 4.6m 아래 잠겨 있는 수중 암초입니다. 저처럼 바다 수영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바닷속이죠. 유엔의 국제해양협약을 봐도 섬을 ‘밀물 때도 수면 위에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지역’으로 하고 있으니, 이어도는 엄밀히 말해 이어도라는 이름을 가진 바다 암초라고 하는 게 통상의 예입니다. 수면 아래 있지만 국제적으로도 꽤 이름이 알려져 있어요.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 1901년 영국 화물선 소코트라호가 일본과 중국을 오가다가 좌초된 뒤 붙여진 이름입니다. 항해의 안전을 위해 이어도의 존재가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물론 우리 가슴속 이어도는 섬이죠. 누군가에게 ‘저승’을 의미하기도 하고, ‘이상향’을 뜻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1951년 해군 탐사 이래로 우리나라의 조사도 계속됐어요. 2003년 바다 위 과학기지까지 준공됐죠. 사실 한·중·일 세 나라 가운데 우리가 가장 가깝습니다. 우리 쪽(마라도)에서 149㎞, 중국 쪽은 287㎞ 떨어져 있고, 일본과는 276㎞ 떨어져 있죠. 과학기지가 세워질 때도 별 잡음이 없었습니다. 10년 동안 별 탈 없이 운용이 되고 있고요. 외교부 대변인의 말대로 “이어도(문제)는 영토 문제가 아니라 이어도 주변 수역의 관할권 사용 문제로 배타적경제수역(EEZ) 문제”입니다. 인근 수역의 해저·하층토 등 자원의 탐사·개발·보존 등에 관해 주권적 권리가 있고 인공도서시설 설치 사용이나 해양환경 보호·보존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문제가 됐느냐고요?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이하 방공구역)을 임의로 설정하면서입니다. 방공구역은 영공 방위를 위해 영공 외곽 공해 상공에 설정되는 공중구역입니다. 말하자면 다른 나라의 공군 전력이 그 구역으로 들어오면 우리 영토를 침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인지 등을 식별하고 위협이 되면 퇴각을 요청할 수 있는 구역을 의미합니다. 위협이 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누구나 다닐 수 있는 국제법상 공해니까요. 문제는 이 안에 중국이 설정한 방공구역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포함돼 일본이 즉각 반발했고, 급기야 미국은 전략폭격기를 해당 지역으로 보내기도 한 것입니다. 우리는요? 일단 중국에 시정 요구를 했고, 거부 답변을 들었습니다. 한걸음 더 나갑니다. 이어도 상공, 마라도, 홍도, 서해 상공 등을 포함한 새로운 방공구역으로 천명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원래 우리 방공구역에 이어도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미국이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임의로 설정할 때 이어도가 제외돼 있었어요. 우리가 특별히 문제삼지 않는 사이 일본이 1969년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시킵니다. 공해이니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돼 있다고 해서 우리 관할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공군기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위해 초계비행을 할 때는 일본에 통보를 해 왔습니다.
하어영 정치부 통일외교팀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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