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난 7월 출범한 민주노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최근 생활임금 등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3세승계와 더불어 노사 문제는 삼성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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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삼성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표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최근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의견 청취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설문조사까지 벌이고 있다.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어떤 것들이고,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삼성이 2014년을 코앞에 두고 왜 갑자기 국민 여론을 살피고 있는 것일까? 2005년 말의 일이다. “곽 기자, 좋은 의견 있으면 말해줘요.” 삼성의 2인자였던 이학수 부회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시 삼성은 위기였다. 대선자금 불법지원 공모가 드러난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등으로 국민의 질타가 쏟아졌다. 자본권력이 국가 위에 군림하는 이른바 ‘삼성공화국’ 논란이 이어졌다. 삼성은 2006년 2월 8천억원 사회헌납 등을 포함한 대국민사과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7년 말 삼성비자금 의혹이 터졌다. 이건희 회장 등 핵심 경영진은 수조원대 차명주식 운용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은 2008년 4월 이 회장의 경영 퇴진 등 10개항의 쇄신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2006년, 2008년에 이어 또다시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8년간 국민과의 약속 이행이나 부정적 이미지 개선이 미흡한 상태에서, 또다시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삼성은 3세 승계라는 대사를 앞두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990년대 후반 뼈아픈 실수를 했다. 세 자녀들에게 핵심 계열사의 주식을 헐값에 넘겼다. 이후 2009년 5월 대법원 판결로 종결되기까지 장장 15년간 사회적 논란이 이어졌다. 삼성은 ‘세금 없는 대물림’을 얻었지만, ‘국민 신뢰’를 잃었다. 2014년은 이 회장의 건강을 고려할 때 경영승계가 더욱 본격화할 것이다. 삼성은 경영승계와 계열분리가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라겠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3세들은 지주회사인 에버랜드 외에 다른 주식이 거의 없다. 노사 문제는 또 하나의 핵폭탄이다. 삼성은 그동안 헌법이 정한 노동3권을 무시하며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다. 하지만 한계가 왔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삼성은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조와 노조활동과 생활임금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코닝정밀소재 노동자들도 회사가 매각되는 과정에서 노조를 전격 결성했다. 삼성이 3세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수합병과 매각, 사업구조조정이 빈번해지면서, 고용 불안감을 느낀 노동자들에게 노조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래전략실 임원도 “내년 최대 이슈는 노사 문제”라고 털어놨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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